인니 술라웨시 동굴서 6만 7800년 된 벽화 발견…"最古 작품"
"호주 북부 6만 5000년 전부터 현생인류 존재 가능성 커"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인근 작은 섬의 한 동굴에서 6만 7800년 전에 그려진 벽화가 발견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던 스페인 동굴 벽화보다도 1100년 이른 것이다.
2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연구진은 술라웨시 섬 남동쪽 해안에서 떨어져 있는 작은 섬 무나의 석회암 동굴 '량 메탄 두노'에서 최소 6만 780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를 발견했다. 이번 발견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도 게재됐다.
이 벽화는 동굴 벽에 손바닥을 펴서 대고, 안료를 입에 머금은 뒤 불거나 뱉어내 그림을 그리는 '스텐실'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때 단순히 안료를 분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손가락 윤곽을 가늘고 길게 변형해 발톱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번 연구를 공동 주도한 호주 그리피스대의 애덤 브럼 교수는 "이는 매우 '인간적'인 행동으로, 6만 4000년 전 스페인 동굴 벽화 네안데르탈인의 예술에서는 이런 '실험'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분적으로 훼손된 벽화 하나는 얇은 광물로 덮여 있었는데, 광물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최소 6만 7800년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술라웨시섬의 동굴 벽화는 모두 섬 남서부의 마로스-팡케프 석회암 지대에서만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벽화가 그 정반대의 다른 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이 지역 전반에 퍼져 있는 문화의 일부였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연구진이 수년간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지역에서 암각화가 그려진 유적 수백 곳이 새롭게 확인됐다. 일부 동굴은 수만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량 메탄두노에서는 같은 벽면에 2만 년 전까지 그림이 그려져 온 흔적도 확인됐다.
한때 많은 고고학자는 유럽에서 '정신적 빅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약 4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도착한 직후 동굴 벽화와 조각, 장신구, 새로운 석기 도구 등이 동시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브럼 교수는 "이번 발견은 인류의 각성이 유럽에서 시작됐다는 관점을 부정하는 새로운 증거"라며 "우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야기성을 지닌 예술을 포함한 '현대적 인간' 행동의 특성을 보고 있고, 이는 유럽 중심적 주장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호모 사피엔스가 약 5만 년 전 호주 대륙과 뉴기니를 연결했던 '사훌' 육괴에 도달했다는 기존 주류 학설을 뒤집고, 호주 북부에 약 6만 5000년 전부터 현생 인류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뒷받침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의 아디 아구스 옥타비아나는 "술라웨시에서 이 그림을 그린 사람들은 이후 이 지역 전반에 퍼져 나가, 궁극적으로 호주에 도달한 더 넓은 인구 집단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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