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이 4년 만에 남북 교류협력부처 불러모아 회의를 연 까닭은…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6. 1. 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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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추진協 4년 만에 대면회의
외교·통일부·국정원·안보실 차관급 참여
정, 대북정책 주도권 논쟁 속 유화 행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40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관계의 폐허 위에 다시 집을 짓겠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40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한 말이다.

교추협이 ‘대면’ 회의로 열린 것은 지난 2022년 2월 10일 이후 꼭 4년 만이다. 이 회의는 윤석열 정부 때는 모두 ‘서면’으로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남북 교류협력이 전반적으로 중단된 데다, 윤석열 정부가 공세적 대북정책을 취하는 상황이라 위원들이 만나서 결정할 만한 사안이 딱히 없었던 까닭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 장관이 4년 만에 청와대와 국정원을 포함해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한 전 부처의 차관급 인사들을 정부청사로 불러 모았다.

정 장관이 임웅순 국가안보실 2차장, 김호홍 국정원 2차장, 김남중 통일부 차관,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 등 대북·외교안보 부처 핵심 당국자들을 참여시켜 교추협을 주재한 것은 이례적이었고, 또 의도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교추협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일부에 설치된 협의체로, 정부·민간 위원 25명으로 꾸려진다. 통일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국가안보실, 국무조정실, 국가정보원 등의 차관급 공무원이 정부위원으로 참여한다.

정 장관으로서는 윤석열 정부 때 파행적으로 운영됐던 ‘남북 교류협력 핵심 심의·의결 기구’ 교추협을 4년 만에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의미가 있다. 더불어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키를 안보실이 아닌 통일부가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퍼포먼스로도 읽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1일 DMZ 평화의 길 강원 고성 구간과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등을 방문하고 있다. 2026.1.21 [통일부]
정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전날 동해안 전방부대 방문길에 강원도 고성 일대의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을 다녀온 소회도 밝혔다.

그는 “바로 코앞에 금강산,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한 것을 보면서 ‘금강산을 왜 닫았을까? 금강산 관광을 계속하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또 “금강산으로, 개성으로, 원산 갈마로, 백두산 삼지연으로 가는 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대와 대결의 장막을 걷어내고 대륙으로 가는 모든 도로와 철도를 다시 열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이재명 정부의 준비는 모두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제시했던 남·북·중 고속철도 연결 구상 등 정부의 남북 교류협력 계획과 의지가 모두 확고하다는 언급인 셈이다.

정 장관은 회의에서 “오늘을 시작으로 앞으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활성화시켜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지혜를 모아 한반도 평화공존과 남북 평화교류의 길을 찾아 나가자”고 말했다. 앞으로도 교추협 회의를 대면으로 개최해 본인이 직접 관계부처 고위급 당국자들과 직접 얼굴을 보고 교류협력 정책을 챙기고, 즉석에서 협의도 진행하겠다는 이야기다.

북한의 대표적인 주류 중 하나인 대동강맥주. [조선신보·연합뉴스]
한편, 이날 교추협에서는 북한산 식품 반입 관련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통일부와 식약처가 함께 마련한 ‘북한산 식품의 반입 검사 절차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심의했다.

이는 앞서 통일부 승인을 거쳐 반입된 ‘들쭉술’과 ‘고려된장술’ 등 북한산 주류가 수입신고 절차를 넘지 못해 세관 창고에 묶여있는 점을 고려한 제도적 보완 조치다.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북한 당국이나 기업이 발급한 원산지 증명 서류 발급이 막히자, 일종의 특례 제도를 만들어 북한산 식품 수입 등 교류협력의 우회로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교추협은 향후 중소벤처부가 참여하는 실무협의회를 거쳐 차기 교추협에서 해당 고시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대동강맥주나 평양소주 등 북한 식품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반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간접적으로나마 남북 교류협력이 재개되는 효과도 있다.

교추협은 이날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 △개성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관련 사업 △남북 이산가족 유전자검사사업 등의 남북 교류협력 관련 사업에 대해 남북협력기금 약 171억원을 지원하는 안건도 심의·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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