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애플은 AI를 얻고 구글은 데이터를 확보한다… 테크 역사상 최대 시너지 나올 수도
모바일 AI서 경쟁사 대비 성능적 아쉬움 컸던 아이폰
애플, 제미나이 기반 차세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올해 공개 예정인 ‘시리’서 달라진 AI 생태계 선보인다
이번 협력은 ‘자체 개발 모델’로 나아갈 ‘징검다리’일 듯

애플이 음성 비서 '시리'를 챗GPT와 유사한 챗봇 형태로 개편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2일 구글의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시리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의 핵심 엔진으로 채택한다고 전격 발표한 이후 나온 소식이다. 오는 9월에 출시하는 iOS·아이패드OS·맥OS 27부터는 제미나이 기반 챗봇으로 변신한 시리가 애플 기기에 기본 탑재되게 된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제미나이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을까.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계(OS)와 그에 따른 생태계는 물론이고 인터넷 플랫폼 사업에서도 최대 경쟁사 관계다. 진부한 비유지만 그야말로 적과의 동침인 셈이다.
◇단단한 제미나이 토대에 애플만의 AI 쌓아올린다
애플이 제미나이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제미나이를 도입해 AI 지각생 신세를 탈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모두 발전이 성숙기에 도달했고, AI가 새로운 필수 요소가 됐다.
지금까지 '혁신'하면 애플이었다. 그러나 AI 분야에서만은 맥을 못 췄다. 자체 개발을 선언했던 '애플 인텔리전스'는 꾸준한 기능 업데이트에도 아쉽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였다. '아이폰은 하지 못하는 것을 갤럭시는 해낸다'는 내용의 영상이 확산될 정도였다.
특히 올해는 시리의 차세대 버전을 선보여야 하는 시기여서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내부 AI 핵심 인력이 이탈하고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커지면서 제미나이 수준의 혁신을 단기간에 이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이미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제미나이를 도입한 뒤 그 위에 자사의 AI 기능을 쌓아 올리는 전략을 취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까지 '제미나이' 중심의 모바일 AI 경험 확산에 주력했고, 올해는 자체 AI 비서인 '빅스비'의 새로운 모습을 공개할 방침이다.
애플 역시 이러한 흐름에 합류해 제미나이를 전격 채택함으로써 '애플 인텔리전스'의 질적 도약을 꾀하려는 모습이다.
애플은 차세대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글의 제미나이와 클라우드 기술 기반으로 구축한다. 이 파운데이션 모델은 올해 출시될 시리,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의 핵심이 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계약은 애플이 기본 검색 엔진으로 구글을 지정하는 파트너십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 파트너십은 구글은 트래픽을, 애플은 수백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윈-윈 계약이다.
구글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신중한 검토 끝에 애플은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에 가장 적합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판단했으며 이를 통해 애플 사용자에게 제공될 혁신적인 새로운 경험에 기대를 표명했다"며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 기기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계속 운영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애플 프라이버시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미나이-시리 연동… 강력한 시너지 예상
애플이 AI에서의 변화를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오픈 AI와 협력해 챗GPT를 애플 인텔리전스와 결합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 가능한 혁신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는 1년이란 시간을 낭비한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구글과의 협력은 다르다. 제미나이가 이미 갤럭시·픽셀폰·낫싱·샤오미 등 다양한 제품에서 최적화된 성능을 시장에 보여줬고, 이를 통해 모바일에서 강력한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제미나이는 음성 인식 뿐만 아니라 화면 내 정보를 취합하고 검색 엔진을 통해 정보를 찾아주는 완전한 비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이달 중 사용자의 구글 생태계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퍼스널 인텔리전스'를 선보였다.
사용자가 물어보면 제미나이가 구글 포토, 유튜브, 지메일, 캘린더 등 생태계 내 정보를 확인하고 답변해준다. 또한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거나 화면을 공유하면 사용자가 이를 종료하더라도 제미나이는 이를 기억한다. '아까 식탁 위에 있던 물건이 뭐였지?'라고 물어보면 대답해준다.
때문에 시리가 복잡한 질문과 각종 요구사항을 이해할 수 있는 차세대 AI 비서로 변신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애플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아니다. 구글은 전세계 20억대가 넘는 애플 제품에 제미나이를 공급함에 따라 오픈 AI와의 에이전틱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오픈AI가 올 하반기 'AI 디바이스'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구글은 애플, 삼성, 샤오미 등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상위권 제조사들과 생태계를 구축하게 됐다. '데이터'가 곧 경쟁력인 AI 시대에서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미나이가 완전한 동반자 역할을 한다면, 오픈AI의 챗GPT 디바이스는 매력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애플 소비자들은 이미 챗GPT와 연동된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해 보고는 별다른 혁신을 체감하지 못했다. 이들이 제미나이 기반의 차세대 시리가 에이전트로써 능력을 보이면 제미나이의 모바일 경쟁력은 더욱 강력해지게 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 봄 iOS 26.4 업데이트를 통해 AI 시리가 출시되며 iOS 27에서는 추가적인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도입될 예정이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구동되는 제품이라면 제미나이가 통합된 새로운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일부 기능은 베타 테스트를 거쳐 순차 배포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제미나이는 '교두보'… 결국엔 자체 모델로 전환할 듯
그러나 애플이 제미나이 생태계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 자체 모델 개발에도 힘쓸 것이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온다. 애플이 차세대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을 제미나이로 택했다고 했지만, AI 모델의 자체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지는 않았다. 이에 이번 협력이 애플이 자체 모델의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만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애플은 챗GPT 등장 이후인 지난 2023년 AI 모델을 자체 개발해 기술력을 내재화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는 AI 폰이 없던 시절이다. 애플이 자체 AI를 제품에 탑재하면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이 전세계에 충격을 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애플은 머신러닝 팀을 꾸리고 '에이잭스'라는 대형언어모델(LLM)과 이를 이용한 '애플 GPT'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이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자체 AI로 음성 비서인 시리의 차세대 버전을 공개할 것이란 전망 역시 우세했다. 그러나 AI 개발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그 결과 2024년 제미나이를 탑재한 '갤럭시 S24'가 '최초의 AI 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장을 선점했다.
애플이 제미나이를 통해 차세대 시리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애플 생태계를 AI 셍태계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영욱 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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