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데이터센터, 로봇까지 확산되는 2차전지... 유럽 전기차 성장은 덤
BBU(백업 배터리 유닛) 시장 개화
유럽, 전기차 보조금 재도입
미국, 32종 신차 출시 예정

국내 2차전지 산업의 무게추가 전기차(EV)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데이터센터, 로봇으로 확산되며 체질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EV 수요 둔화와 중국 LFP(리튬인산철) 공세로 국내 배터리 3사가 브랜드와 수요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국면에서, 고밀도 삼원계·전고체 배터리가 강점인 한국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봇·데이터센터가 여는 고부가 시장
휴먼로이드 등 산업용 로봇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대당 2kWh 수준에서 4kWh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체 물량 자체는 크지 않다. 다만 로봇에는 부피 제약과 높은 에너지 밀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LFP보다는 고밀도·고사양 NCM 및 향후 전고체 배터리가 주력으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NCM과 전고체 기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유리한 구도다.
데이터센터에서도 배터리 수요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풍력·태양광과 연계된 ESS와 더불어, 정전 시 즉각 전력을 공급하는 UPS(무정전 전원장치)의 주력 배터리가 납축에서 리튬이온, 그 중에서도 삼원계로 전환되는 추세다. LFP는 구동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순간적인 접속과 출력이 중요한 UPS·백업 배터리 유닛(BBU)에는 부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BBU 관련 수요 증가를 체감하고 있으며,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신·증설이 맞물리며 올해도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이 흐름은 향후 로봇용 배터리 스펙과 공급 체인 구성에도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전망이다.
로봇 관련 배터리 수요는 분명 호재지만, 당장 대규모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현재는 양(量)보다 질(高사양 제품 비중)과 공급망 뉴스가 주가를 자극하는 초기 구간으로, 특정 로봇 플랫폼에 어떤 한국 배터리사가 채택되는지에 따라 투자심리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유럽 EV, 보조금 재도입
전기차 수요 측면에서 유럽은 이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 유럽 전기차 판매는 약 20% 후반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20% 중후반 성장세가 예상된다. 유럽 시장이 한때 역성장까지 겪은 배경은 보조금 축소였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영국이 보조금을 재도입했고 올해 1월 1일부터 독일도 구매 보조금을 다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과 영국이 모두 보조금을 운영하는 구조가 되면서, 최소한 물량 측면에서는 유럽 EV 수요가 당분간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은 완성차 업체들이 CO2 배출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벌금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해로, 올해 하반기와 내년으로 갈수록 전기차 판매 확대 압력이 더 강하게 작동할 전망이다.
유럽의 중국 전기차 확대로 중국 전기차에 대한 규제 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유럽 전역에서 약 1300만대의 신차 판매 중 100만대 수준이 중국 전기차일 정도로 중국 전기차는 유럽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은 사실상 중국 업체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제도를 설계했고, 프랑스도 중국산 전기차에 불리한 방향으로 구성하고 있다. 독일은 아직 명시적 차별은 없지만, 중국 전기차는 유럽 국가들의 고용과 산업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중국 전기차에 대한 규제 장벽이 높아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미국 EV, 2027년 성장 궤도 복귀
미국 전기차 시장은 단기적으로 역성장이 불가피하다. 작년 미국 EV 판매는 약 3~5%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도 약 7% 정도 추가 역성장이 유력하다. 이는 트럼프 1기 초반 2년 연속 역성장 후 재성장으로 전환했던 패턴과 유사하다.
하지만 신규모델 출시와 주 단위 보조금 부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는 작년 말 기준 110종의 전기차 모델이 있었고, 올해에만 32종의 신규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다. 신차 출시는 수요에 영향을 준다.
또한 캘리포니아는 최근 주 단위 전기차 보조금 부활을 예고했다. 특히 캘리포니아 규제를 따르는 17개 주의 정책은 연동되는 경향이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원을 축소했던 1기 때에도 이러한 주 단위 규제가 실제 시장 붕괴를 막는 완충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연방 차원의 보조금 중단에도 주 단위의 보조금 부활은 전기차 수요 붕괴를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중간선거 및 의회 권력 구도가 EV 정책의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특히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예산 권한을 활용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의 부활 또는 완화된 형태의 유지가 절충안으로 채택될 여지가 있다. 이 역시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2027년을 기점으로 역성장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 시장·정책, 배터리 수요 확대 기반 강화
국내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의 팬덤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판매량 상위 테슬라 차량은 중국산인 만큼 정부 보조금이 사실상 중국 생산 차량으로 유출되는 구조는 정책 당국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직접적인 차별은 WTO 규범과 향후 보복 리스크 때문에 쉽지 않은 만큼, 정부는 국내 기여도와 탄소배출, 국내 생산 비중 등을 기준으로 한 합리적 조건 설계를 통해 산업정책을 정교화하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과 함께 전기차 보조금이 다시 인상되며 수요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내연기관차 폐차 후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 약 100만원 수준의 추가 보조금이 제공되면서, 올해 국내 EV 판매 성장률은 작년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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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기자 6illionaire@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