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광주전남특별시, 기우일까 낯섦일까

이삼섭 2026. 1. 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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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행정통합 청와대 간담회. 뉴시스

광주시와 전남도의 행정통합이 6월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이라는 총론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전남의 중심 도시를 떼어내 광역자치단체로 만든 구조가 비효율을 낳아왔다는 데에는 지역 안팎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는 비단 광주·전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대구·대전·울산 역시 도(道)의 중심 도시를 분리해 광역단체로 만든 사례들이다. 이런 행정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한국처럼 도의 중심 도시를 떼어내 광역시를 만들고, 다시 그 광역시 안에 기초자치단체를 촘촘히 둔 구조는 상당히 특이하다.

광주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 하나의 도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와 5개 자치구가 각각 별도의 행정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은 상당했다. 인구 140만 명 남짓한 도시에서 광역-기초 행정이 중첩됐다. 사실상 단일 도시에서 단일 행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광역시를 해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오래 해왔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행정통합을 한다는 소식이 매우 반가운 이유다. 하지만 '특별시' 형태로 통합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걱정과 낯섦이 있다. 이 또한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형태기 때문이다. 현재대로라면 특별시 아래에 현재의 전남 22개 시·군과 광주 5개 구를 두게 된다.

도시는 행정 명칭이기 이전에 단일 지리적 공간 내에 기억과 경험이 축적된 공간이다. 여수든 목포든 해남이든 전남 시·군은 달라질 게 없다. 그러나 광주는 참으로 모호해진다. 광주는 없어지고 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라는 5개의 구가 남는다. 자치구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사실 행정과 관리의 영역으로 보면 사실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전남까지 포괄하는 특별시의 직속 자치구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시로서의 광주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특별시는 현재 광주(501㎢)와 광범위한 전남의 시·군(1만2천㎢)을 아우르게 된다. 서울특별시(605㎢)의 약 21배다. 이는 하나의 도시로 규정할 수 없다. 비슷한 예로 언급되는 도쿄도의 면적은 불과 627.53㎢다.

우리가 흔히 도시를 말할 때는 행정구역만을 떠올리지 않는다. 도시는 일정한 지리적 경계 안에서 사람들이 일하고, 이동하고, 생활하며 공유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행정통합 이후 '광주'의 의미는 급격히 확장된다. 광주전남특별시든, 다른 형태의 통합이든 간에 광주는 이제 기존의 140만 도시를 넘어 전남까지를 포괄하는 행정 단위의 이름이 된다. 이 순간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광주라는 말이 더 이상 하나의 도시를 지칭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단일 도시로서 역사와 정체성을 이뤄온 도시로서의 광주는 어떻게 지칭할 수 있을까. 행정 통합 광주를 말하는 것인지, 도심 광주를 말하는 것인지가 모호해진다. 혹은 낯선 형태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한다. 서울에서 누구를 만날 때 "어디 살아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광주전남특별시(혹은 광주특별시) 북구에 살아요"라고 답할 수 있긴 할 것 같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어디예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광주 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로 이뤄진 옛 광주요"라고 말해야 할까. 혹은 "광주요"라고 답해도 찰떡같이 현재의 광주라고 이해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광산구를 빼고 "광주 동, 서, 남, 북구입니다."라고 답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해외에서 외국인에 이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땐 어떡해야 하나. 광주로 검색하자니 구글 지도에 안 나올 테고, 광주전남특별시로 검색하면 27개 시·군·구가 한 데 묶인 광역권역이 나올테고, 광주 동·서·남·북·광산구라고 말할 수도 없고…. 이러다가 추후 동·서·남·북·광산구가 행정통합해서 광주시로 이름을 바꿀 날이 올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특별도가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분명 효율적이긴 할테다. 그러나 그럴 경우 광역과 광역이 합쳐진다는 의미가 사라지고, 전남 아래 광주가 있는 옛 형태로 회귀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 또 광주와 전남 간 갈등이 다시 반복될 우려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악조건 속에서 창의가 발현되는 것 아니겠는가. 특별시로 한다 하더라도 광주라는 도시의 역사, 정체성, 브랜드를 지킬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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