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조언에서 답을 찾는 박철우 대행 “MBTI F지만…친정팀 이기겠단 생각뿐”

김화영 2026. 1. 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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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우리카드 파에스 감독과의 결별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해 12월 30일. 임시 사령탑은 코치로 이제 막 지도자 길의 첫발을 내디딘 박철우였습니다.

곧바로 대행직을 맡아 3일 만에 경기를 치러야 했을 정도로 촉박했던 시간. 하지만 우리카드는 그날 OK저축은행을 끈질기게 몰아붙이며 3대 2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4라운드 5경기를 치른 현재 우리카드는 3승 2패로 승점 7점을 벌며, 봄배구 희망의 끈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는데요. 초보 사령탑 박철우 감독대행의 진솔한 이야기를 KBS가 들어봤습니다.

■"감독직이 힘드네…코치 인생 첫 스승 파에스 감독께 감사해"

처음에 감독과 선수, 어떤 게 더 힘든지 물었을 때 박철우 대행은 "힘듦의 종류가 다른 것 같다"며 한쪽의 선택을 유보하는 듯했습니다. 각각의 이유를 듣고, 다시 한번 더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은 감독직이 힘들다"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하나하나 모든 부분에 대해서 섬세하게 터치하고 생각해야 하는', '선수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하면서 대신에 티를 내면 안 되는' 자리가 감독직이라는 게 박 대행의 설명입니다.

당장 실전에 서야 하지만 기댈 구석이 필요한 건 당연지사. 박 대행은 팀을 떠났지만서도 자신의 코치 인생 첫 스승인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에게 감사한 점이 많다고 짚었습니다.

"외국인 감독님 밑에서 새로운 배구를 또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카드 코치직을 수락했고, 파에스 감독님과 함께하며 어떻게 배구를 준비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배웠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선수단, 프런트와 함께 파에스 감독을 배웅하러 공항에 갔을 때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는데요. 박 대행은 "'감독으로서 마지막 오더를 내려달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웃으면서 빨리 선수들 데리고 '숙소 들어가라'고 하시더라"라며 훈훈한 마무리를 전했습니다.

■"장인어른과 뵐 때마다 배구 이야기…언제나 '팀이 우선' 강조"

삼성화재를 이끌며 왕조를 구축했던 신치용 감독은 박철우 감독대행의 장인어른이기도 하다.


파에스 감독 옆에서 배운 새로운 시각에 더해, 박철우 대행은 선수 시절 자신을 지도했던 사령탑들을 생각하며 팀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종합적으로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그중 가장 든든한 조력자를 한 명 꼽자면, 바로 삼성화재의 왕조 시절 함께 우승을 합작했던 스승이자 '장인어른'인 신치용 감독입니다.

국내 배구 감독의 전설적인 존재와 가족의 연으로 이어져 있는 만큼 박철우 대행은 "지금까지 뵙기만 하면 배구 이야기만 했었다"며 "감독 대행직을 맡았다고 해서 더 특별하게 여쭤보고 이런 게 아니라 식사하다가 배구 이야기하고, 맥주 한잔하면서 배구 이야기하는 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팀에 충실하고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하시고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말씀보다는 "감독직은 외롭고 고독한 자리이기 때문에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저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 주세요. 그 질문에 대해서 고민하고 어떤 방향이 더 맞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주시는 거기 때문에 부담이랄 건 크게 없습니다. 부담 주려고 하시지도 않고요.

조언을 밑거름 삼아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중인 박철우 대행은 일단 '팀워크'를 최우선으로 두고 우리카드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시도는 바로 선수들의 피부로 와닿고 있습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우리카드 아웃사이드 히터 한성정은 최근 박철우 대행의 믿음에 보답하며 코트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촬영기자: 정형철)


무릎 부상에서 회복해 최근 필요한 순간마다 득점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는 한성정은 "일단 (대행님의) 열정이 너무 대단하시기 때문에 선수들이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며 "중고참 선수들도 어릴 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선배들이 목소리가 다 쉬었더라"라고 선수단 분위기를 설명했습니다.

무너지면서 질 것 같았던 경기도 기어코 5세트로 끌고 가는 투지 역시 박 대행이 강조한 부분. 한성정은 "'경기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대신 너희를 보러 온 팬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런 경기를 하면 안 된다. 져도 되니까 죽기 살기로 하자'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며 "그게 우리가 질 것 같은 경기도 뒤집은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친정팀 만나는 것 의미 부여 안 해…'어떻게 이길까'만 생각"

삼성화재 시절 함께 했던 친한 형·동생 사이인 레오를 상대팀 감독대행으로 만난 박철우.


초보 감독대행이지만 선수로 20년을 뛰며 한국 남자 배구판을 호령했으니, 경기에 나서면 상대 팀 코트에서도 박철우 대행과 인연을 가진 사람들을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친구인 한선수가 대한항공의 주전 세터로 건재하고, 친정팀 한국전력의 신영석은 올 시즌 블로킹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최다 득점 기록을 돌파한 옛 동료 '쿠바 특급' 레오도 친한 형 동생 사이지만 상대팀 입장에선 넘어야 할 산입니다.

박 대행은 "예전 같았으면 좀 더 편하게 다가가서 얘기했을 텐데, 지금 같은 경우는 그런 행동 하나가 이 선수들한테 영향이 갈까 봐 조금 조심스러운 건 있다"며 지금은 우리카드의 승리에 집중할 때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친정팀인 현대캐피탈이나 한국전력과의 맞대결 역시 "특별한 감정이나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며 "MBTI가 F(감정형)이긴 한데, 제 눈앞에 놓여 있는 이 상대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동시대에 코트를 누볐던 KB손해보험의 하현용 대행과 삼성화재의 고준용 대행이 올 시즌 V리그에서 감독대행으로 도전을 함께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선 존경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모두가 뮤지컬 같은 큰 무대에 갑자기 탁 던져진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평가를 바로 받게 되는 그런 느낌이어서 모두가 좀 어렵고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고, 어떻게든 팀이 이길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해서 되게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안부를 묻거나 통화를 하지 않았지마는 하현용 감독 대행하고 인사를 할 때 그냥 악수만 해도 얼마나 힘든지 서로가 알고 있고..."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만큼은 냉철하게, 우리카드의 봄배구 진출을 위해 끝까지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남겼는데요. 4라운드 4승 2패를 목표로 한 박 대행이 과연 마지막 한 경기인 오늘(22일) 삼성화재와의 일전에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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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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