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후 전혀 다른 주식 됐다…코스피5000 돌파 원동력"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로 확장한 상법개정이 주효
지배주주의 다수 주주 이익편취 제동 거버넌스 개선
배당소득세 개편도 한몫…추가적 조치 박차 가해야

"상법 개정 이후 한국 주식은 전혀 다른 주식이 됐다."
코스피가 22일 개장 후 역사적인 5000선을 돌파하자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우리나라 주식은 심하게 말하면 그동안 기업의 내재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하나의 종이, 유가증권에 불과했는데 상법 382조3항 개정(1차 상법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주주로 확장되면서 기업이 보유한 토지, 건물, 자산, 영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채원 의장은 1988년 한신증권(동원증권 전신)에 입사해 동원투신,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CIO(최고운용책임자)와 대표를 거쳐 2021년부터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을 역임, 38년간 자본시장에 몸담고 있는 1세대 가치투자가다.
코스피 5000 돌파의 원동력으로 상법개정과 배당소득 세제개편 등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반영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했다. 이 의장은 "그동안 한국 증시는 20~30%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가 합병이나 분할 등의 여러 방식으로 70~80% 소유한 다수의 주주 이익을 편취한 일이 다반사였다"며 "상법 개정 이후 이러한 후진적인 거버넌스(지배구조)가개선되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한국 주식은 지배주주의 주주 이익 편취가 공공연히 일어나 너무 불안하고 위험한 탓에 장기투자나 가치투자 대상이 아닌 상태였다"며 "상법 개정 이후 각자 지분을 가진 만큼 주주로서 이익을 가져가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보장되기 시작한 게 주가 상승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도 코스피 상승에 불을 지폈다. 이 의장은 "대주주가 배당을 받으면 최고세율 49.5%를 적용받고, 회사를 팔면 27.5%를 내기 때문에 배당을 할 이유가 없고 훗날 매각하면 그만이었다"며 "세제개편을 통해 대주주 배당소득 최고세율을 33%로 낮춰 대주주의 배당 유인을 확보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다면 여전히 배당소득과 양도세율이 5%포인트 가량 차이가 난다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퍼즐로 상속세와 증여세의 개편 문제를 언급했다. 이 의장은 "현재 60%에 달하는 상속세율이 기업 승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준비된 승계에 대해선 상속 프로그램을 적용해 기회를 주는 등 다방면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M&A(인수·합병)가 활성화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는 "우리나라 상장사의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이 70%에 달하고 미국은 2% 수준이라고 한다"며 "미국은 보유자산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기업을 대부분 M&A로 성사시킨 뒤 정상적 기업가치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라며 시사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전병윤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