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미끼' 던진 푸틴…"동결자금으로 평화위에 10억달러"

장재은 2026. 1. 22. 09:4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묶인 50억달러 용처로 '평화위 운영자금' 제안
우크라전 협상판 흔들고 국제사회 위상 회복 시도 노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성하려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서 10억 달러(약 1조4천500억원)를 내고 '영구 회원국'으로 활동할 의향을 밝혔다.

타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국 내각 안보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평화위원회 가입 요청을 받고 참여를 논의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원회에서 제한된 임기가 없는 '영구 회원국' 자격을 얻을 조건으로 제시한 10억 달러를 미국 정부가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지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남은 (나머지) 동결 자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 체결이 마무리된 뒤에 전쟁으로 손상된 지역들을 재건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협상 판을 다시 한번 흔들고 국제사회에서 점점 위축되고 있는 러시아의 입지에도 변화를 주려는 시도로 관측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가 2022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지속한 데 책임을 물어 러시아의 금융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유럽의회조사국(EPRS)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동결 자산은 3천억 달러(약 44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대부분이 유럽에 있지만 미국에 묶인 자산도 50억 달러(약 7조3천억원) 정도 된다.

그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제재뿐만 아니라 종전 후 전쟁 배상금을 담보할 수단으로 간주해왔다.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책임을 명백히 묻고 우크라이나에 가한 손실을 종전 후 재건 과정에서 돈으로 물어내도록 할 구상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이 상징적, 실질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안 협의에서도 러시아 침공전의 성격 규정과 동결 자금 처리는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는 종전안 협상 과정에서 침공을 지속해 부정하고 있다. 또한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을 서방의 동유럽 세력 확장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방어전'이라고 규정한다.

유엔의 분쟁해결 기능을 대체하려는 것으로 관측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위원회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 맥락에서 우크라이나전 동결 자금으로 트럼프 평화위원회의 운영 자금을 대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제의는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여 전쟁의 성격을 재규정하겠다는 시도로 의심되는 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시작 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주도하면서 두 전쟁 당사국의 로비에 따라 춤추듯 입장을 자주 바꿨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내 명예욕을 자극하고 직접적 경제적 이익을 제시하는 식으로 종전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려고 애써왔고 일부 시도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임기에 제한이 없는 회원국으로 활동할 의향을 밝힌 것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혼란 속에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국가로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를 가자지구를 넘어 다른 지역 분쟁을 해결하는 기구로 확대해 사실상 유엔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집단적 제재와 소프트파워 실추로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가원수인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납치해 세뇌하도록 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 범죄자로 수배된 상태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은 전범국 러시아가 평화위원회에 함께 초청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가입에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하기로 수락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가입 계획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면서 국제사회 동향을 추가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는 외무부 장관이 받은 문서를 검토하고 전략 파트너국들과 협의한 뒤에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에 공식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나 가자지구 과도 통치와 평화위원회 활동을 논의할 예정이다.

jangj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