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직 험난한 인생살이… 날 알아주는 친구 덕에 살 맛 난다[고맙습니다]

2026. 1. 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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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늘 위로가 되어주는 나의 친구
필자(왼쪽)는 친구(임헌황)의 따스한 웃음 덕분에 일상의 고통을 달래곤 한다.

경비원으로 살아가면서 작고 좀스러운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느낀다. 가슴이 답답하여 근무를 마치고 해안가에 갔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듣고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 든다. 손을 뻗어 파도를 만지려 했으나 허사였다. 내 몸이 파도가 되고 싶어서 뛰어들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견디기 힘들었다.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밤낮없이 살아가고 있는 경비원 생활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힘든 시간이 많았고 내 마음을 짐작이라도 한 듯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누구보다 친구는 현장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이다. 나는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친구를 만나야겠다. 친구가 사는 동네는 멀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기분이 좋다. 굽어진 도로가 시키는 대로 버스는 크게 회전한다. 시야가 정신없이 흔들린다. 급경사로 잘린 산비탈이 있고 뚝 떨어지는 절벽도 있다. 나무들이 사나운 칼처럼 뻗어 있다. 급격하게 커브를 트는 타이어의 굉음을 들으며 묘한 기분이 든다. 굉음보다 파도 소리가 아름답다. 꼭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유리창 너머를 보았다. 타이어는 하얀 선 안쪽으로 꺾어졌다.

참고 있던 숨이 길게 뻗어 나왔다. 도착 시간에 맞게 버스터미널에 나온 친구가 손을 흔들었다. 서둘러 나를 끌고 자가용에 태웠다. 차에서 내린 지 십 분 만에 또 차에 탔다. 현장 일을 마치고 계속 차를 타니까 멀미가 날 지경이다.

친구는 내 입에 사탕을 물려주더니 차 창문을 열고 시동을 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 아는 것 같다. 익숙하게 핸들을 돌린다.

현장직으로 오랜 세월을 살면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겪었다. 그럴 때면 친구에게 전화한다. 바다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구는 개나리꽃이 피었다고 한다. 친구는 바다도 좋지만 꽃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현장직의 아픈 마음을 달랜다. 꽃 피는 봄날에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개나리처럼 나는 해변가로 달려간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닷가의 바람을 맞으면서 속에 쌓여 있는 이야기를 속삭인다. 파도를 바라보는 내게 친구가 시원한 음료수를 따라주었다. 현장직이 술을 마시면 몸이 녹아버린다.

술 대신 음료수를 마신다. 그러면 친구는 어깨를 만지며 웃는다. 자기가 술을 마시면 운전은 누가 하냐고 말한다.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친구도 콜라를 대신 마신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좋아서 웃는다.

경비원의 마음은 경비원이 제일 잘 안다.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 묵직했던 가슴속에 뭔가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누구나 산다는 것은 비슷하다고 한다. 경비원으로 살면서 쉬운 게 하나도 없다.

항상 전력을 다하여 질주했다.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큰 바다가 되는 것 같다. 위기 때마다 바다가 보고 싶었다. 거칠게 해안을 향해 덤벼드는 파도를 본다.

경비원으로 살면서 파도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친구는 나의 이런 모습을 좋아한다. 시련이 있을 때마다 친구는 나에게 바다를 보여준다.

친구와 해안가 도로를 쌩하고 달렸다. 우리는 오랜만에 보면서 바다와 한 몸이 되는 것 같았다. 휴게소에 들러 과자를 먹으면서 마냥 즐거웠다. 시간이 될 때마다 바다를 보자면서 손짓을 하는 친구와 밀려드는 해안가를 눈에 담았다.

험난한 인생살이지만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가 있어서 살 맛이 난다. 세찬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려도 이길 수 있다. 푸른 바닷가 냄새가 기억난다. 어른이 되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감기는 감기약이 있지만 상처는 세월이 약이라고 생각한다. 파도가 밀려드는 해안가를 그리워하면서 친구와 함께 경비원 삶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고맙다 친구야.

송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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