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 로봇 사업 집중…재무 리스크가 관건
현금흐름 개선에도 '고강도' 투자…차입·차환 의존 지속
단기차입 비중 낮추고 만기 구조 늘려야 회복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HL만도가 로봇 액추에이터로 새 성장 동력을 제시했지만 재무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로봇 사업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만기 부담 완화와 금융비용을 낮추는 등 재무 개선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HL만도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로봇 액추에이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증권가는 HL만도의 오랜 기간 차량용 정밀 모터를 대량 생산하며 내재화한 기술력과 공급망 운영 노하우가 로봇 사업에서도 경쟁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화된 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HL만도는 작년 12월에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액추에이터 산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오는 2035년 기준 시장 점유율 10%, 매출 2조3000억원의 달성 목표를 내걸었다. 신한투자증권은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게 보며 전사 매출이 2035년 기준 18조원을 무난하게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 단기차입 확대로 이자·차환 부담
다만 업계에서는 로봇 성장 기대와는 별개로 재무 부담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로봇 분야가 본격적인 실적으로 연결되기 전까지는 결국 기존 사업의 현금 창출력과 차입 구조가 회사를 지탱하기 때문이다.
HL만도의 재무 공시자료에 따르면 총차입금은 2022년말 1조9180억원에서 작년 9월말 2조1430억원으로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7340억원에서 1조1780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단기차입 비중도 38.3%에서 54.9%까지 뛰었다.
이는 총차입금 증가 폭보다 단기차입 확대가 더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자·차환 부담이 함께 커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기성 자금이 절반을 넘어서면 금리 변동에 민감해지고 만기 도래 때마다 다시 빌려 갚아야 하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자비용 증가 속도도 부담 요인이다. HL만도의 이자비용은 2022년 578억원에서 2024년 1128억원으로 늘었다. 총 차입 규모가 급증하지 않았는데도 이자 부담의 빠른 증가세는 단기화에 따른 금리 민감도 확대, 가산금리 상승, 헤지 조건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영업이익률은 4%대에서 정체되고 순이익률은 하락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2024년 영업이익률 4.05%가 작년 9월 누계 기준 3.97%로 소폭 하락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률은 1.79%에서 1.34%로 크게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버티는 반면 이자비용과 환율, 기타손익 변동으로 순이익은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 투자 지속·해외 적자, '수익화 속도'가 관건
문제는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재무 부담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2년 1906억원에서 2024년 6339억원으로 개선됐고 작년 3분기 누계도 403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 3000억원대 CAPEX(유형자산)와 500억~700억원대 무형투자가 3년 연속 '고강도'로 이어지며 자금조달 압력이 상시화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유입돼도 설비·개발 투자 지출이 고정비처럼 유지되면 차입·차환 의존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투자 지속'과 '자금조달 안정'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해외 거점의 수익화 지연도 같은 맥락의 리스크로 제시됐다. 재무 공시자료에 따르면 해외 진출 종속회사 법인의 순손익(2023년부터 작년 9월까지 누계 기준) 합계가 -764억인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와 폴란드는 매출 규모가 큰데도 누적 손실이 발생했고 저원가 거점인 베트남 일부 법인(HLVF1·MWVC)에서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실이 누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HL만도의 재무 부담을 줄이려면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평가다. 기업 재무분석 전문가는 HL만도가 단기적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 비중을 낮춰 만기를 늘리고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는 대출 한도(커밋라인)를 확보해 유동성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금리·환율 변동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진 만큼 헤지 전략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장기 과제로는 투자와 해외 사업의 '수익화 속도'를 끌어올리는데 있다. 먼저 설비·개발 투자는 매출로 바로 이어지는 양산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자 해외 법인은 가격·원가·가동률 가운데 구체적인 손실 요인을 찾아 손익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매출이 아직 잡히지 않는 거점은 '양산 승인(SOP)' 일정을 단축해 비용만 쌓이는 기간을 줄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결국 HL만도의 로봇 사업은 기술의 가능성보다 재무 체력과 실행 속도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L만도는 직면하고 있는 재무 부담을 신속히 완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며 "단기차입과 금융비용을 안정화한 뒤 양산과 매출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로봇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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