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자유친] 부자는 서로 성장의 동력이 되는 동반자 | 월간축산

김수민 2026. 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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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웨이목장 김기현 대표와 아버지 김만성 씨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1월호 기사입니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후계농의 절반가량이 부모 세대와 갈등을 겪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비롯된 갈등이 대다수일 것이다. 아낌없는 지원과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며 성공적인 승계 과정을 밟고 있는 경기 평택 <빅웨이목장> 김기현 대표와 아버지 김만성 씨를 만나봤다.
왼쪽부터 아들 김반하 군과 <빅웨이목장> 김기현 대표, 어머니 이정순 씨, 아버지 김만성 씨.
경기 평택시 팽성읍에 있는 <빅웨이목장> 김기현 대표의 아버지 김만성 씨에게 젖소는 자식들을 키우게 도와준 은인 같은 존재였다. 아버지 김 씨가 젊은 시절 주업으로 삼았던 수도작은 1년에 한 차례만 소득을 올릴 수 있기에 연중 일정한 수입을 얻을 부업이 필요했고 그래서 낙농업에 도전했다. 유대를 받아 생활비와 아이들 학비를 충당하고 가을에 수확하면 사료값을 갚는 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시설 투자는 꿈도 꾸지 못했다. 또 주업인 수도작에 많은 시간을 뺏기다 보니 사양관리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하지만 타고난 성실함과 아내 이정순 씨의 도움으로 큰 문제없이 목장을 꾸려갈 수 있었다.
아들의 든든한 지원자인 아버지
수도작 규모가 커지면서 목장 운영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5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시행에 따라 무허가축사 양성화가 추진되면서 아버지 김 씨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눈물을 머금고 폐업을 결정하려던 순간 뜻밖의 제안이 왔다. 아들이 목장을 물려받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농업과 축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지금도 후계자가 부족한 상황인데 지금보다 인식이 좋지 않았던 당시에는 특히 축산을 물려받겠다는 2세가 많지 않았다. 아버지 김 씨 역시 고되고 힘든 농사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자식들을 교육시켰던 터라 아들의 결정을 흔쾌히 승낙하기 어려웠다.

그런 아버지에게 김 대표는 차근차근 목장의 운영 계획을 설명했고, 아들의 결정이 쉽게 내린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든든한 지원자로 돌아섰다. 단 조건이 붙었다. 폐업 계획을 미루고 목장을 승계해 주는 대신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 자신만의 목장을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소유한 착유우들과 쿼터를 승계받았고, 아버지가 보유한 토지에 신축사를 짓기 시작했다. 또 아버지 지인의 추천으로 서울우유 검정원으로 일을 시작하며 목장을 이어받기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돌입했다. 검정 업무와 목장 운영을 함께 하며 연암대학교에 진학해 전문 지식도 쌓았다.

“당시 오전 3시에 일어나 검정 업무를 하고 목장으로 출근해 착유 후 등교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후 착유를 하는 고된 일상이 반복됐습니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목장 경영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죠.”

검정 업무를 하면서 받은 월급은 고스란히 목장에 투자됐다. 목장 한편에 육성우사를 마련하고 매달 현장에서 눈여겨봐 둔 우수한 형질의 송아지를 구입해 넣었다. 향후 새로운 목장의 밑거름이 될 소들이었다. 그렇게 모은 송아지가 30여 마리였다. 이런 모습을 본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믿음이 더욱 깊어졌다.

A2 우유 전용 목장으로 또 한 번의 도약
2021년 김 대표가 야심 차게 준비한 새 목장 <빅웨이목장>이 문을 열었다. 환기를 고려해 천장 높이를 10m로 높였고 여름철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선라이트 패널 대신 지붕을 설치했다. 지붕은 개폐식으로 채광을 확보했다. 처음 목장을 지을 당시 착유우 70마리를 포함해 180마리의 젖소를 키울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 한 마리당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보니 바닥 관리도 수월했다.
<빅웨이목장>은 높은 개폐식 천장으로 환기가 잘 이뤄지도록 했다.

착유우 13마리로 시작한 목장은 금방 30마리로 늘었고 철저한 준비 덕에 큰 문제없이 1t을 납유하는 목장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1년쯤 지났을 무렵 김 대표는 또 한 번의 도전을 준비하게 됐다. 에이투(A2) 우유 전용 목장으로의 변신이다. 결심을 굳힌 후 전 마릿수에 유전자검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가량이 A2 유전자를 가진 것을 확인했다. 절반의 소를 바꿔야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반대 의견을 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공들여 키운 소를 팔고 새 소를 들이는 것은 너무 위험한 도전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김 대표는 소를 교체하는 비용과 A2 우유를 납유할 때 생기는 수익을 계산해 보여주며 아버지를 설득했고 또 한 번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졌다.

A2 우유 전용 목장으로 지정되면서 원유 품질 기준이 까다로워졌지만 김 대표에게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넓은 운동장을 운영해 바닥 관리가 수월한 데다 대형 선풍기 11대와 환풍기로 바닥을 말려주고 겨울에는 아침저녁으로, 봄가을에는 하루에 한 번 로터리 작업을 통해 항상 고슬고슬한 바닥을 유지하고 있다.

“A2 전용 목장 전환 후 유질로 문제가 발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축사 환경 관리만 제대로 해도 1등급 유질은 쉽게 확보할 수 있죠.”

현재 <빅웨이목장>은 착유우 45마리 규모로 1.5t의 A2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납유 인센티브로 1년 만에 소 교체에 들어간 비용을 모두 만회했고 현재는 오롯이 순수익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송아지들에게 A2 우유를 급여하면서 설사 발생이 눈에 띄게 줄어 생산성에 있어서도 생각지 못한 큰 효과를 얻었다.

아버지와의 협업으로 사료비 대폭 절감
문제는 A2 우유 납유에 대한 인센티브가 줄어드는 올 4월 이후였다. 수익 구조 개선이 절실해졌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사료비 절감이었다.

“아버지는 목장을 운영하면서 직접 수확한 볏짚과 수단그라스·옥수수를 조사료로 이용했습니다. 아버지가 각종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보니 남들보다 자가 배합사료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장점이었죠.”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빌렸다. 논을 개간해 타 작물을 수확하는 조건이었다. 김 대표는 아버지를 믿고 과감하게 도전했다. 배수로를 만들어 물을 빼고 토지를 개간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그 결과 옥수수를 정상적으로 수확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과정이었다.

퇴비를 살펴보고 있는 김 대표 부자. <빅웨이목장>의 퇴비는 전량 아버지의 경작지에 활용되고 있다.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는 파종 시기가 모내기 철과 겹치다 보니 아버지를 돕기 위해 과감히 포기하고 국내산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아버지로부터 지원을 받은 볏짚과 직접 수확한 옥수수 사일리지 등을 이용해 지난 11월부터 자가 배합사료를 생산해 급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가 배합사료를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유질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국내산 조사료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국내산 조사료의 가장 큰 문제는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옥수수와 볏짚을 직접 생산하고 IRG를 한곳에서 고정 납품받아 균일성만 유지할 수 있다면 수입 건초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기에 목장에서 생산된 퇴비는 전량 아버지의 경작지에 사용할 수 있다 보니 퇴비 처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승계 과정에서 갈등을 빚는 부자 관계 대부분은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며 자기만 옳다는 생각으로 고집을 부리기 때문입니다. 부자 관계는 윈윈(win-win)이 가능한 동반자라는 사실만 기억한다면 승계 과정의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민 |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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