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의 과거에서 보내는 엽서] [50] 레닌의 수상한 죽음

1924년 1월 22일 나는 모스크바 남동쪽 약 10㎞ 지점 고리키 별장 앞에 있다.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성공시키고 1922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을 출범시킨 블라디미르 레닌이 어제 저곳에서 네 번째 뇌졸중을 일으켜 숨을 거두었다. 역사적 인물들, 특히 절대 권력을 가진 이의 경우가 자주 그러하듯 그의 죽음에는 몇 가지 가설과 음모론까지 있다. 대표적 음모론으로는 스탈린이 소량의 독약을 장기간 몰래 먹였다는 레온 트로츠키의 주장과, 스위스 망명 시절 사창가에서 걸린 매독이 정신 착란을 일으켰다는 추문 등이 있다.
언젠가 좌익 운동가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조직가, 선전 선동가, 훌륭한 리더, 이 세 사람이 함께하면 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레닌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서, 마르크스를 재해석하는 실전 ‘이론가’이기도(이어야만) 했다. 마르크스가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발상지로 예언한 자본주의의 소굴 서유럽에서가 아니라 후진 농업국 러시아에서 혁명을 실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이론은 그 자체가 도식적이고 인위적이어서, 오류가 발생하면 ‘변수’라고 둘러댄 뒤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 레닌은 그 방면에 탁월한 저술가였고, 분량으로는 100여 권을 남겼다. 결국 적이 됐지만 한때 동지였던 율리 마르토프는, 레닌이 어떻게 정권을 잡을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온종일 혁명만 생각하고, 혁명에 대한 글만 쓰고, 혁명에 관한 글만 읽는 인간이 어찌 집권하지 않을 수 있었겠소.”
레닌은 톨스토이와 베토벤의 광팬이었다. 베토벤을 듣다가 이랬다고 한다. “이걸 계속 듣고 앉아 있다가는 혁명을 못 하겠는데?” 조직에 대한 그의 신앙심은 대단했다. “나에게 조직을 주시오. 그러면 혁명을 일으켜주겠소.” 레닌의 조직은 훈련받은 혁명가들의 전위 정당이었다. 내 생각에, 좌익이든 우익이든 모든 강한 대중 정당 안에는 전위 정당이 놓여 있다. 그리고 최악의 대중 정당은 속물들이 우글거리는 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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