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산지 가격 폭락에 양만업계 ‘시름’

주성학 기자 2026. 1. 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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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전남 ‘민물장어’](상)양식장 줄도산 위기
작년 치어량 40년만 최대…생산량도↑
㎏당 도매가 2만3천원선 원가 못 미쳐
유통 4단계 ‘복잡’…중간 마진만 ‘눈덩이’
사룟값 20%↑·영세업장 자금줄 막혀
21일 오전 장흥군 대덕읍 한 민물장어 양식장에서 업체 관계자가 수조 내 수질(pH)과 장어 생육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주성학 기자
전남 지역 민물장어 양식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지난해 40년 만에 찾아온 역대급 치어(실뱀장어) 풍년이 오히려 독이 된 ‘풍년의 역설’에 빠진 것이다. 산지 가격 폭락에 유통, 사료 가격 인상 등 악재까지 겹치며 양식 현장은 도산의 공포가 엄습해 오고 있다. 이에 본보는 양식업계의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지금 양식장 사장들은 ‘노숙자의 점심’ 심정입니다. 저녁을 굶을까 무서워 점심에 폭식하듯 올해 치어가 안 잡힐까 봐 작년에 빚을 내서 무리하게 입식했던 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습니다.”

21일 장흥군 대덕읍 소재 한 민물장어 업체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이 같이 비유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민물장어 양식의 핵심인 자연산 치어 가격은 평년 마리당 3천500원 선이었으나, 지난해 어획량이 폭증하며 400-500원대까지 폭락했다.

위기의 시발점은 ‘가수요’인데 민물장어는 통상 5년 주기로 풍흉이 반복된다.

향후 흉작을 우려한 양식업자들이 싼값에 치어를 대거 사들이고, 순환 여과식(물을 정화해 다시 쓰는 친환경 양식) 등 고밀도 양식 기술까지 더해지며 민물장어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국내 연간 민물장어 소비량은 약 2만5천t 수준이나, 현재 출하 대기 물량만 그 두 배에 달하는 5만t에 육박한다.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자 ㎏당 3만원대를 호가하던 도매 가격은 생산 원가인 약 2만3천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통상 민물장어가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생산자→중도매인→수산→소운송→식당’이라는 단계를 거치는데, 각 절차마다 붙는 마진 탓에 산지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는 점이다.

양식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유통 구조가 복잡해 진 원인으로 ‘민물장어 위판장 거래 의무화법’을 꼽는다.

과거에는 중도매인이 15일 외상을 통해 양식장과 거래해 왔다. 그러나 거래 투명성을 위해 해당 법을 시행하면서 결제 방식이 당일 현금 결제로 바뀌었고, 자금력이 부족한 중도매인들이 수산과 연결하는 역할로 전락하면서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양식업계 관계자는 “산지에서는 1㎏에 2만원도 못 받아 피눈물을 흘리는데, 중간 유통상들은 앉아서 배를 불리는 기막힌 상황”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수산 측에서 중도매인들에게 ‘최저가 경쟁’을 붙이고, 중도매인들은 양식장을 압박해 매입 단가를 낮추고 있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 사료 업체의 ‘가격 인상’은 양식업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국내 사료 업체들은 최근 원자재 상승 등을 이유로 사료 가격을 일제히 17-20% 인상해 지난해 1포대(20㎏)당 7만7천원이던 가격이 약 9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보니 유통 마진에 치여 현금이 말라버린 영세 양식장들은 사료값을 마련하기 위해 다 자라지도 않은 ‘비규격 장어’를 헐값에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사료값을 갚기 위해 덜 자란 장어까지 헐값에 넘기는 ‘제 살 깎아 먹기’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전남 지역 양식장이 문을 닫는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호소했다./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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