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블루파워 신용등급 논란..."석탄 투자 감소 예측 왜 없나?"

기후솔루션과 강릉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와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이날 단체들은 "신용등급이 실제 사업 환경과 정책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금융감독원에 민원도 접수했다.
단체들은 탈석탄 정책으로 석탄발전의 조기 폐쇄 가능성이 커지고, 송전 제약으로 발전소 가동률이 1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삼척블루파워의 자산 가치가 이미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A+ 신용등급이 유지되는 것은 투자자 보호라는 신용평가의 본래 목적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개인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삼척블루파워 신용등급에 대한 즉각적인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탈석탄 정책 흐름 속 석탄화력발전소 신용 가치는?
삼척블루파워는 탈석탄 흐름에 역행하는 '좌초자산'으로 거론된다. 발전소가 자체 영업으로 충분한 현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생존을 연명하는 '산소마스크'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회사채로 기존 채권을 갚으며 버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나빠지거나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경우 신규 회사채 발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이미 채권을 보유한 기존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
지난해 8월 한국기업평가 평가서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총 사업비 약 4조9천억 원 가운데 약 80%인 3조9천억 원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한 민자 석탄발전소다. 이 가운데 약 1조 원은 회사채로 조달했다. 국내 민자 석탄발전 사업 가운데 유일하게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해왔다.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약 7% 높은 금리로 관심을 받아왔다.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먼저 '수요예측'이라는 절차를 거친다. 투자자들이 "이 금리면 이만큼 사겠다"고 미리 주문을 넣는 과정이다. 삼척블루파워는 지난해 8월 이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당시 발행 물량의 8~90%가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됐다. ESG 기준 강화와 탈석탄 기조 속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석탄발전 사업 투자를 꺼린 분위기와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평가에 중대 정책 변화 반영되지 않았다"
신용등급은 투자자가 위험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개인은 기관투자자와 달리 사업 구조나 정책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워 신용평가사 등급에 상대적으로 더 의존한다.
현재 삼척블루파워 종합 신용등급은 A+(안정)이다. 지난해 NICE 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평가 내용을 종합하면, 부채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재무위험' 항목은 BBB 또는 BB 수준으로 평가됐다. 정부 정책과 제도적 지원 등을 반영한 '사업위험'은 AA 등급으로 산정됐다. 그 결과 종합 신용등급은 A+로 유지됐다.
기후단체 판단은 다르다. 기후솔루션은 신용평가사들이 공개한 자체 평가 방법론을 적용해 삼척블루파워의 최근 3개년(2022~2024년) 위험도를 다시 분석했다. 신용등급은 통상 빚을 갚을 능력(재무위험)과 사업의 안정성(사업위험)을 각각 점수화한 뒤 이를 합산해 산정된다.
이들은 사업위험이 더 높게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연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삼척블루파워는 몇 년째 재무 위험성이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종합등급이 A+로 유지되려면 사업위험이 매우 높게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사업위험 평가에 2040 탈석탄 정책 같은 중대한 정책 변화가 반영되고 있지 않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자체 방법론에서 정부정책을 핵심 변수로 제시하고도, 정책 변화가 가시화됐을 때 통상 제시하는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3월 3천억 규모 만기...폭탄돌리기 우려"
문제는 오는 3월에 약 3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온다는 점이다. 회사채는 만기 시 현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채권을 갚는 이른바 '차환' 방식으로 상환되는 경우가 많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지 못한 삼척블루파워 역시 이번 만기 채권을 신규 회사채 발행으로 갚을 가능성이 크다.
기자회견에서 단체들은 "삼척블루파워는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만으로는 기존 빚을 갚기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기가 다가올 때마다 새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채권을 상환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폭탄돌리기'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특히 송전 제약 등으로 발전량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전력 판매를 통해 실제로 버는 현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장연주 연구원은 "이 같은 구조가 반복되면, 사업 리스크가 개인에게 이전되는 양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채권으로 연명하는 구조인 만큼, 향후 시장 상황 악화나 투자 수요 위축으로 차환이 끊길 경우 기존 채권 투자자들이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삼척블루파워 둘러싼 주요 리스크 3가지
삼척블루파워를 둘러싼 주요 위험으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탈석탄 정책에 따른 조기 폐쇄 가능성 △동해안 송전 제약 장기화에 따른 가동률 저하 △총괄원가보상(정산조정계수) 제도 의존 등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한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노후 석탄발전소가 순차적으로 퇴출될 경우, 삼척블루파워 역시 2040년 이전에 조기 폐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발전소가 예상보다 일찍 문을 닫게 되면, 막대한 건설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현금흐름도 급격히 나빠져 채권 상환 능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동해안 송전망 확충과 계통 제약과 관련해서는, 삼척블루파워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 준공이 미뤄지고 있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2027년 6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동해안 민자 석탄발전소들은 송전망 용량 부족으로 실제 가동률이 20% 안팎에 머물고 있으며, 삼척블루파워 역시 지난해 가동률이 15%를 넘지 못했다.
여기에 동해안에서는 한울·신한울 등 원자력발전소가 석탄발전소보다 송전 우선권을 갖는 계통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전력 계통은 발전 단가가 낮은 순서대로 전기를 공급한다. 송전망 용량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원자력이 먼저 전기를 보내고 석탄발전은 남은 용량만 사용할 수밖에 없다. 변전소 등 연계 설비 부족 역시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총괄원가보전(정산조정계수) 제도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지적된다. 삼척블루파워는 전력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총괄원가보전제도에 따라 발전소 운영 비용과 일정 수준의 이윤을 보전받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고정된 장치가 아니라 전력시장 상황과 정부 정책 판단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산조정계수가 '0'으로 적용된 사례도 있었다. 언제든 변경될 수 있는 제도적 보전에 기대 사업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뉴스펭귄>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삼척블루파워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이들은 21일 오후 3시 현재 회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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