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옛 일본으로 전락했다” 변화가 절실해진 한국 축구

황민국 기자 2026. 1. 2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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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3세 이하 아시안컵 준결승 한·일전을 앞두고 입장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 선수들에게 성장기는 하루 하루가 큰 차이가 난다.

가벼운 몸 싸움을 비롯해 스피드와 기술 등 다방면에서 나이가 많은 선수가 유리하다. 그래서 23살이 되기 전까지는 선수 보호를 위해 2~3살 간격으로 연령대를 구분해 경기를 치른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23살 선수로 구성된 팀이 21살 선수들에게 패배하는 일이 이변이 일어났다. 승자는 일본, 패자는 한국이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20일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에 0-1로 졌다.

결과보다 내용이 더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수비 라인을 평소보다 내린 채 뒷 공간을 노리는 실리 축구를 꾀했다. 요르단이 지난 16일 8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연장까지 1-1로 맞섰던 경기 플랜을 벤치마킹했는데 오히려 상대의 기만 살려줬다. 좌우 측면을 넓게 풀어가는 공격과 빈 틈만 보이면 과감한 롱 패스를 연결하는 플레이에 수비가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전반 내내 한국의 슈팅은 단 1개, 일본은 10개였다. 선제골도 일본의 몫이었고, 이 골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빚어진 것에 축구계는 탄식했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일본이 예전의 우리처럼 경기를 하고, 우리가 옛 일본처럼 무기력하게 뛰더라”로 질타했다.

과거 한국이 일본을 상대할 때 약점으로 여겼던 뻔한 축구를 세월이 흘러 답습하고 있는 것에 답답한 눈치다. 상대보다 평균 연령 1.7세 이상 나이가 많은 한국 선수들이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김 해설위원은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한국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겨냥하는 일본에 밀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짚었다.

한국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더욱 고민이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이란과 레바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1승1무1패를 기록해 간신히 8강에 올랐다. 일본처럼 2살이 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속수무책으로 0-2로 패배해 망신을 샀다. 호주와 8강전에서 선굵은 축구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한·일전의 무참한 패배로 마지막 도금까지 벗겨졌다. 만약 한국이 24일 베트남과 3~4위전에서도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민성 체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일본의 추월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선 성인 선수로 발돋움하기 직전인 20살부터 23살까지 세심하게 지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2012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K리그에 도입됐던 22세 이하(U-22) 의무 출전 규정도 올해부터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일본이 2026~2027시즌부터 19세부터 21세 사이의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리그를 출범하는 것과 비교된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10여년을 활동해 유소년 육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송경섭 전 강원 FC 감독은 “일본의 가파른 성장은 14~15살 선수들이 매년 교류전을 진행하던 15년 전부터 감지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입힌 후방 빌드업을 이미 그 시기에 시작했다. 청소년 시기 한국이 일본과 맞붙으면 10번에 8번은 이긴다. 그런데 선수들이 나이를 먹을 수록 그 차이가 좁혀지고, 뒤집힌다. 일본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로드맵을 꾸리며 성장해왔다. 우리는 그러지 못한 것이 오늘의 결과를 빚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도 2024년 MIK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하나의 방향성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게 현실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호와 바로 그 아래를 뒷받침해야 하는 이민성호조차 색깔이 전부 다르다. 논란 속에 4선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곱씹어야 할 문제점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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