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회피'에서 '선택'으로...한국형 '레거시10' 이번엔 국회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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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유산의 10%를 초과 기부할 경우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한국형 '레거시 10' 법안 발의를 다시 추진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정태호(더불어민주당 간사), 박수영(국민의힘 간사) 의원은 21일 국회서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 텐(10)' 제도 도입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유산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유산 10%를 기부하면 상속세율을 40%에서 36%로 10% 감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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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유산의 10%를 초과 기부할 경우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한국형 '레거시 10' 법안 발의를 다시 추진한다. 대표적 조세회피 세목인 상속세를 조세선택 구조로 바꾸는 의미있는 실험이라는 평가와 '부자감세' '편법승계' 논란을 또 불러올거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정태호(더불어민주당 간사), 박수영(국민의힘 간사) 의원은 21일 국회서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 텐(10)' 제도 도입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두 의원실은 이에 앞서 유산기부 제도화를 위한 '상속세 법 증여세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중 공동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영국이 지난 2011년 도입한 레거시 10의 한국판이다. 상속재산(과세가액)의 10% 이상을 공익법인 등에 기부하면 상속세를 10% 공제해주는게 골자다.
이 법은 앞서 두 차례 비슷한 형태로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상속세가 대표적인 부자 증세 세목이라는 점에서 부자감세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상임위 소위조차 넘지 못했다. 또 이미 재벌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에 서로 기부하며 사실상 편법승계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도 소극적이었다. 상속세는 총세수 중 비중은 크지 않아도 상징성이 큰 세목이다. 당시 기획재정부 입장에서 해당 법이 도입되면 당장 세금 수입이 줄어든다. 반면 중장기적으로 복지재원이 확충돼서 사회 공리가 개선되는 효과는 한 두 해 안에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여당 한 관계자는 "이 법은 정부 입장에서 리스크에 비해 보상이 너무 약한 법이었다"며 "이번엔 여야 공동 발의하기로 한 만큼 다른 전개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레거시10 제도는 지난 2011년 도입됐다. 유산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유산 10%를 기부하면 상속세율을 40%에서 36%로 10% 감면해준다. 제도 도입 이후 영국의 유산 기부 규모는 1990년 8억파운드(약 1조6000억원)에서 2024년 45억파운드(약 9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대형 자선단체 뿐 아니라 지역기반 재단이나 병원, 대학 등으로 기부가 확산됐다. 현지에선 무엇보다 '유산도 사회적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점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미국은 구조가 조금 다르지만 효과 면에선 더 강력하다. 공익 목적 기부금은 상속세 과세표준에서 100% 공제한다. 재단이나 대학, 병원, 박물관 대상 기부가 모두 해당된다. 신탁이나 기부연금 등 다양한 기부채널(상품)도 만들어져 있다. 프랑스에서는 기부금액만큼 상속세가 면제되고 독일도 공익 목적 유산 기부금액 만큼 상속세가 면제 또는 경감된다. 일본도 지정된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세 혜택을 준다.
증세 여건이 다른 한국에서 해외 성공 사례가 꼭 재연될거란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국회가 계속해서 이 제도에 천착하는건 '회피대상'인 상속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다. 여당 관계자는 "편법증여나 해외이전, 가족법인 같은 한국의 주류 상속설계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제도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지금의 조세회피 구조를 조세선택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거다.
'내가 내 돈을 어디에 쓰고 죽을지'를 결정하는 계획기부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법안은 의미있는 시도다.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지가 아니라 유산 기부를 제도권 재산 설계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자식에게 최대한 많은 돈을 물려주는게 미덕이라는 한국 상속문화의 개선이 이번엔 이뤄질 수 있을까. 이날 토론회에선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가 해당 내용에 대해 발제할 예정이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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