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을 철창에서 꺼내고 난 뒤가 더 중요하다 [생명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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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올해부터 개인 농가의 곰 사육이 전면 금지된다.
베트남은 2005년 웅담 채취와 판매를 법으로 금지했으나, 곰을 수용할 시설과 예산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사육곰 금지는 무언가에 쫓기듯 급하게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오랜 기간 논의되어 온 것임에도 준비가 미흡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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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올해부터 개인 농가의 곰 사육이 전면 금지된다. 1981년 정부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곰 수입을 장려한 지 45년 만의 제도적 종식이다. 최근 제정된 '개식용종식법'과 함께 동물에 대한 우리의 윤리적 기준이 진전되었음을 보여주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이 '금지'라는 입법 뒤에 가려진 행정적 공백과 책임의 부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은 강력하고 편리한 수단이지만,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 정책적 인프라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사육곰은 보호해야 할 생명이면서 동시에 법적으로는 누군가의 사유재산이기도 하다. 사육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농장주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주고 매입해야 하며, 매입 후 이들을 사육할 적절한 환경의 시설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진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여러 언론이나 동물단체에서 지적하듯 이에 대한 준비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 매입 과정도 수월하지 않고, 무엇보다 곰들을 수용할 장소가 확보되지 못했다.
준비가 부족한 '금지' 입법은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베트남은 2005년 웅담 채취와 판매를 법으로 금지했으나, 곰을 수용할 시설과 예산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결국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백 마리의 곰이 농가에서 '반려용'이나 '전시용'이라는 이름의 편법 아래 방치되거나 음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법이 혼자 앞질러 달리면, 그 간극은 나쁜 마음을 가진 이들의 불법 내지 편법으로 채워진다.
개식용종식법에 따라 내년부터 사육과 판매가 금지되는 식용견의 경우도 현재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다른 재산권의 제한과 달리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산업'에 관한 입법은 더 정교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생명을 보호하려고 만든 법이 오히려 그들을 법의 테두리 밖으로 추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물을 위한 법을 만들어냈다는 도덕적 만족감이 아니라 실제 그들을 책임지고 지켜낼 수 있는 정책적 완결이다. 일단 법을 만들고 안 되면 유예기간을 늘리면서 적당히 해결하려는 태도는 또 다른 학대가 될지 모른다. 하루빨리 철창 밖으로 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토대를 촘촘히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육곰 금지는 무언가에 쫓기듯 급하게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오랜 기간 논의되어 온 것임에도 준비가 미흡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장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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