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무인기 업체, 유령 회사였나…창업지원 '사업성 등' 심사 탈락해 '퇴거'
출신 대학 지원에 '무인기 업체' 창업
중간 심사 통과해야 사무실 사용 가능
사업성 등 평가 기준 미달…중도 탈락
군경 TF, 정상 업체 아닐 가능성 검토

'한국발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 용의자들이 대학 지원을 받아 설립한 무인기 제작 스타트업이 '사업성' 등을 평가한 중간 심사에서 탈락해 학내 사무실에서 쫓겨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창업 목적이 수익 창출이나 상업용 기술 개발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도 용의자들이 대북 침투 활동을 위해 이 업체를 세웠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무인기 제작자로 지목된 장모씨는 2023년 서울 한 대학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 에스텔엔지니어링을 만들었다. 에스텔엔지니어링은 2023년 8월부터 학교가 제공한 사무실을 사용했고 법인 주소지도 대학에 뒀다. 북한에 무인기를 날려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오모씨는 이 업체 이사로 활동했다. 오씨와 장씨는 대학 선후배 사이로, 우파청년단체를 함께 만들었고 비슷한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실 대변인실에서 일했다.
하지만 에스텔엔지니어링은 2024년 12월 퇴거했다. 불과 1년 6개월 만이다. 입주 업체는 학기마다 중간 심사를 거쳐 최대 2년까지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는데, 에스텔엔지니어링은 2024년 1, 2학기 중간 심사는 통과했으나 2025년 1학기 심사에선 통과 기준인 80점(100점 만점)을 넘지 못했다.
학교 관계자는 "외부 인사들이 8개 항목별로 심사해 점수를 매기는데 (에스텔엔지니어링은) 기준에 미달해 2024년 12월 31일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평가 항목에는 사업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도 이 업체가 매출을 일으키는 등 통상적인 사업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스텔엔지니어링이 정상적인 업체가 아닐 가능성은 오씨의 수상한 행적이 드러나면서 더욱 짙어지고 있다. 오씨는 에스텔엔지니어링 퇴거 후 4개월 만인 지난해 4월 북한 동향과 국제 정세를 다루는 인터넷 매체 'NK모니터'와 '글로벌인사이트'를 창간했다. 게시물 상당수는 보수 성향 청년단체 활동가들이 기고한 글이다.
오씨가 운영한 매체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영관급 요원으로부터 1,000만 원 상당의 활동비를 받고 군의 공작 업무를 수행한 '위장 회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매체는 의혹 제기 다음날 돌연 홈페이지를 폐쇄했다가 다시 여는 등 수상쩍은 행보를 보여 의심은 더 커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출신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인터넷 언론사는 군 공작용 위장 회사가 확실하다"며 오씨가 무인기 업체를 만든 시점과 군 드론작전사령부가 만들어진 시점이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군경 합동 TF는 용의자들이 북한 무인기 침투에 활용하기 위해 무인기 업체를 설립했을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씨와 정보사 요원과의 관계 등까지 고려해 이들이 복수의 '위장용 업체'를 차린 게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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