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재는 순간…안전은 미리 준비된다

도시는 매일 같이 에너지를 소비하며 움직인다. 겨울이 되면 그 에너지는 난방과 전열기구, 밀폐된 실내 생활로 집중된다. 편리함이 높아질수록 위험 또한 정교해진다. 화재는 더 이상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생활 방식과 관리 수준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가깝다.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말한다. 피해의 크기는 운이 아니라 예방과 초기대응의 수준이 결정한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위험은 늘 신호를 보낸다. 오래된 전기배선, 콘센트의 문어발 연결, 막힌 비상구, 작동하지 않는 경보기… 현장에서 만나는 대형피해 현장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미뤄왔던 위험'이 쌓여 생긴 결과다.
그래서 우리는 겨울철 화재 예방 대책의 출발점을 초기대응자의 대비'와 '시설의 기본 점검'에 두고 있다.
첫째, 기본 장비는 '있다'에서 '작동한다'로.
주택용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 장비다. 그러나 설치만 해두고 점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배터리 교체 여부, 소화기 압력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달라. 작은 점검이 피해를 크게 줄인다.
둘째, 피난의 길을 항상 열어두자.
비상구 적치물, 잠긴 피난문, 소등된 안내표지는 평소에는 불편하지 않지만 화재 시 치명적 위험이 된다. 피난통로와 소방차 진입로, 소방시설 주변만큼은 반드시 비워두는 문화가 필요하다. 소방시설 점검은 의무가 아니라 생명으로 이어지는 약속이다.
셋째, 취약 공간과 겨울 설비는 더 꼼꼼하게.
보일러실, 전기실, 지하공간, 창고 등은 관리가 느슨해지기 쉽다. 과부하 배선, 가연물 적치, 임시배선 여부를 확인하고, 난방기 주변은 반드시 띄워 두자. 작은 불씨가 자라지 못하도록 길을 차단하는 것이 예방의 출발점이다.
넷째, 교육과 훈련은 당황을 줄인다.
화재는 누구에게나 갑작스럽다. 그러나 대피 요령과 소화기 사용, 경보기 확인법을 반복해서 익힌 분들은 훨씬 침착하게 움직인다. 학교·직장·공동주택에서 시행하는 훈련을 형식적인 행사로 보지 말고 내 가족과 동료를 지키는 연습으로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불길과 맞서는 것은 소방의 역할이지만, 위험을 줄이고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예방이 튼튼할수록, 초기 대응이 정확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계양소방서는 앞으로도 점검과 컨설팅, 교육과 훈련, 취약 시설 관리 강화를 통해 '사전에 위험을 줄이는 소방'을 이어가겠다. 시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불이 난 뒤를 걱정하기보다 불이 나더라도 안전할 수 있도록 지금 준비해 달라. 경보기 하나의 작동, 열린 비상구 하나, 점검 한 번이 여러분과 가족,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송태철 인천계양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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