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에서] 흔들리는 동북아 평화

이문웅 2026. 1.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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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웅 작가·〈동아시아 오딧세이〉저자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상하다. 정치, 경제, 역사, 분쟁 뉴스가 뒤섞인 영상이 끝없이 추천되고, 한 번 클릭한 이슈는 끊임없이 변주되어 반복된다. 시청자는 어느새 '국가 대 국가'의 갈등을 구독하고, '민족 대 민족'의 감정을 좋아요 누르며, 마치 국제정치가 실시간 드라마처럼 소비된다. 그러나 화면 속 메시지는 단 하나를 말한다. 동북아 평화는 아직 재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최근 일본의 여성 총리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중국은 여행 제한과 경제적 압박으로 대응하며 해양 경비선을 분쟁 해역에 배치했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독도 문제와 센카쿠 열도 분쟁은 오래된 갈등처럼 보이지만,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언제든 불씨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 장면들을 영상으로 소비한다. 자극적인 자막, 위기감을 부풀린 섬네일, 댓글창 속 폭죽처럼 터지는 '국익'과 '민족'이라는 단어는 갈등을 반복 재생산한다.

하지만 분쟁의 본질은 단순하지 않다. 어느 한 나라의 오만이나 정치인의 실언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 밑바탕에는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이기주의 구조가 존재한다. 각국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역사와 안보, 영토를 내세운다. 그 논리는 국민의 감정을 움직이고, 감정은 다시 정치권의 권력을 강화한다. 센카쿠 문제도, 독도 문제도 단순한 영토 싸움이 아니다. 중국은 해양 전략을, 일본은 군사적 존재감을, 한국은 역사적 방어를 내세운다. 지도자들은 과거 상처를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국민은 그 상처를 다시 체온으로 느끼며 분노한다. 그 속에서 평화는 뒤로 밀리고, 버티기와 방어의 논리만 반복된다.

유튜브는 이러한 긴장을 콘텐츠로 바꾼다. 알고리즘은 자극을 먹고 자라고, 자극은 다시 분쟁을 확대 재생산한다. 사람들은 클릭과 댓글로 분노를 소비하며 피로하지만, 또 다른 충돌의 영상을 찾는다. 평화는 흥행하지 않는다. 갈등이 더 많은 조회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동북아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오히려 수십 년 동안 반복 선택된 결과다. 국가들은 필요할 때마다 민족주의를 꺼냈고, 국민은 그 감정에 기대 정당성을 확인했으며, 지도자들은 그 틈에서 권력을 강화했다. 평화는 감정보다 이성과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말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남북 통일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통합과 평화를 논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 간 평화적 왕래와 교류다. 그러나 지금까지 통치자들의 이기와 권력집단의 야욕 때문에 반복적으로 희생되어 온 것은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었다. 더 이상 이러한 희생은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인간 사회는 새로운 책임을 요구받는다. 모든 범죄와 권력 남용으로부터 자신을 성찰하는 사회, 즉 자성하는 인류가 되어야 한다. 권력은 단순히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구호로 끝날 수 없다. 평화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며, 그 평화는 동북아를 넘어 인류 전체의 지속성을 강화하는 근본적 힘이 된다. 시민과 국가가 서로를 존중하며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평화는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실질적 질서로 자리 잡는다.

동북아 평화는 아직 재생 목록 맨 앞에 서지 못했다. 국가와 민족의 이기주의가 반복되는 한, 현실의 평화는 '다음 영상'으로 밀려날 것이다. 그러나 이 반복을 멈출 수 있는 성숙함과 의지가 존재한다. 지도자들이 과거 상처를 정치적 도구로 삼지 않고, 시민들이 분노의 소비자가 되지 않을 때, 평화는 영상 속 허상이 아니라 현실 질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동북아의 평화는 우리 모두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

/이문웅 작가·<동아시아 오딧세이>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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