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초범 집행유예…“양형기준 강화” 목소리
집유 5년 선고…솜방망이 처벌
동종 전과자 범행 54.1% 차지

각종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에 있어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사법부가 적용하는 양형기준 때문인데, 이에 대한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4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여현주)는 아동·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A(55)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3월 부천시 원미구 한 아파트에서 미성년자인 B양을 9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중 B양의 어머니에게 발각되자 B양 어머니를 밀치고 달아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에 장애를 초래하고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겨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벌금형 하나 없는 초범이라는 점, 부양 가정이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국가공무원법상 금고 이상 실형의 경우 집행유예 유예기간이 끝난 후 2년이 지나면 임용 결격 사유가 사라진다.
A씨에게 적용된 아동·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 혐의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해 11월9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 김희수)는 술에 취해 친구 동생을 성폭행한 20대 남성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획적으로 실행된 게 아니라 피고인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집단 범죄에 대해서도 판결은 비슷했다.
지난해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로 기소된 152명 중 47%인 75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중 69명에게는 초범 양형 기준이 적용됐다.
이에 성폭력 범죄와 같이 피해자 피해가 큰 범죄에 대해서 적용되는 양형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나온다.
성폭력 범죄로 검거된 사람 중 이미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던 경우도 상당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4년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3만3962명 중 동종 전과가 있는 상태로 범행한 경우는 1만8396명으로 54.1%를 차지했다.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바 있다.
기존에는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피고인이 법원에 돈을 공탁하면 감형 요소로 인정했다.
시민 이모(30) 씨는 "양형 기준이 변경이 가능하다면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초범인 경우 재범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집행유예가 빈번하게 선고되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지역 강간 및 강제추행 건수는 지난 2023년 4983건에서 지난 2024년 8380건으로 68.1% 증가했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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