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하면 다 노동자”…법적 보호 사각지대 해소 나서
사후적 근로자성 주장 악용 가능성
추정되면 사용자 형사처벌 배제못해
추가 인건비 부담이 가격 전가 우려도

하지만 노동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양대 노총은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20일 법조계에서는 이번 패키지 입법의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향후 법적 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근로자로 간주하게 된다. 그만큼 근로자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쉬워지는 구조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인사노무그룹장은 “국내 노동법은 구조적으로 경직돼 있어 근로자인지에 따라 법적·경제적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진다”면서 “이 때문에 근로자가 아닌 지위로 세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일을 하다가 사후적으로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방식의 악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임금체불 등 근로자 관련 법은 위반 시 사용자가 형사처벌되는 조항이 많다. 이번 개정으로 사용자의 형사책임이 증가할 경우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에 이뤄져왔던 계약관계가 법 개정으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추정되면 사용자가 범죄자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특히 근로자 관련 법 위반 시 형사처벌 조항이 많은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에는 형사처벌 조항이 있다 보니 이번 법안의 취지는 민사에 한정해서 해결하자는 것이지만, 추정돼서 확정이 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패키지 입법으로 인건비가 상승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의 보호를 일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통상의 근로계약이 아니라 유연한 노무제공계약을 맺어오던 플랫폼 업체들에 특히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최저임금은 소요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전업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고, 주 52시간제의 경우 도리어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시간 제한에 대해 부정적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이미 일부 부담하고 있고 절대적 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절대적 요율이 크고 원래 플랫폼 기업이 부담하지 않던 부분이라 해당 부분의 금액적 지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로자 입장에서 노동계약이 선택의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원하는 만큼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가 해당 근로 형태의 실질적인 수요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며 “이들이 보호라는 울타리를 원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 등은 입증책임 부담에 대비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근로자가 아닌지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용자가 부담하게 되는데, 중소기업들은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김용문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는 “중소기업 같은 경우는 프리랜서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근로자니까 퇴직금을 달라고 하고 근로기준을 초과한 시간에 대한 연차수당 초과수당을 다 달라고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작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근로자성 여부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경우가 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자성 판단과 관련한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플랫폼이나 특수고용 노동자를 기존 근로기준법 체계가 아닌 별도의 법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이들을 온전한 권리 주체로 인정하기보다 차별적 지위를 고착화할 뿐”이라며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요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근로자성 판단과 관련한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부위원장도 “근로자성을 확대해서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계의 걱정은 기우에 그칠 것”이라며 “기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두고 입증책임만 사용자로 전환되기 때문에 실상 크게 바뀌는 것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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