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혜훈 청문회 대치, 국민이 판단할 ‘검증장’ 열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파행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의혹 관련 자료 제출이 부족하단 이유로 국민의힘은 청문회 개최를 거부하고 있다. 청문회는 의혹 진위를 규명하고 관련 자료를 검증할 수 있는 무대다. ‘자격 미달’이라며 아예 검증장을 닫아버리는 건 국민 알권리를 무시하고 국회의 역할을 방기한 것과 다름없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을 하루 앞둔 20일 “야당이 요구한 자료의 15%밖에 제출하지 않은 후보자를 위해 하나마나 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서울 반포동 아파트 부정청약 의혹, 장남의 ‘위장 미혼’ 서류, 세 아들의 증여세 납부 및 대학입시·취업 특혜 의혹 관련 핵심 자료를 ‘민감한 개인정보’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문회가 이 후보자에게 면죄부만 줄 뿐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거부 사유다.
이 후보자가 내놓은 게 맹탕 자료라면 분명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검증의 장을 포기하겠다는 것도 명분 없다.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고, 자료의 진위를 가리고, 답변을 통해 사실관계를 따져 이 후보자의 자격 여부를 판단하면 될 일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청문회도 역대로 많았고, 공직 후보자의 무성의·오만과 야당의 검증 능력·자세까지 아우른 판단이 국민 여론으로 표출됐다. 지금처럼, 청문회는 빗장 걸고 의혹만 제기하며 정부의 인사검증 실패로 앞질러가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책임 있게 공직 자격을 가리도록 한 인사청문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실관계 규명 없이 헛바퀴만 도는 정쟁 국회는 민생의 발목만 잡고 정치 불신을 키울 뿐이다.
21일 시한까지 청문회가 불발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이내에서 기간을 다시 정해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거나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날 “이 후보자가 국민께 각종 의혹을 설명할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21일 신년 기자회견을 여는 이 대통령도 진솔하고 결자해지하는 자세로, 국회 청문 절차를 요청해야 한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도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이 판단할 그 검증장에서 이 후보자는 의혹을 해명하고, 그 결과에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게 맞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즉각 청문회 절차를 밟아 국회의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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