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겉핥기' 된 중수청·공소청 법안 공청회

김성진 기자 2026. 1. 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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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인 찬반 토론…"시간 짧아서 '랩'했다"

시공간 제약으로 정부안에 대한 검토도 부족

애초 정부안 기반으로 하니 기존 공방만 반복

개혁 취지 강조되지 못하고 오히려 희석돼

"검찰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원론적 논의만

중수청 이원화 등 일부 합의점도 찾았지만

"결국 공청회 형식일 뿐…결단 필요한 때"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정부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1.2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국회 본청에서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의 역할, 권한, 조직 등과 관련해 토론을 했다. 하지만 정부안과 민주당안 등을 놓고 난상토론, 끝장토론을 하기보다는 기계적인 찬반 토론을 진행하면서 기존 논의에서 크게 나아가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토론 의제 설정이나 시공간상 제약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겠지만, 짧은 2시간 안에 생산성 있는 논의까지 끌고가기엔 한계가 있었다. 토론자들도 "시간이 짧다"거나 "랩(rap·읊듯이 하는 노래)을 하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검찰개혁 취지 강조되지 못한 토론

이번 공청회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이 자문위원들의 검토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촉발됐다. 자문위원의 성향을 불문하고 '중수청 조직 이원화'(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 이원 조직)에 대한 비판이 공통적으로 터져 나왔고, 이 외에도 중수청 수사사법관 신설, 중수청 수사범위 9대 범죄로 확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공소청 검사의 직무 범위, 기존 검찰청과 동일한 공소청 구조 문제 등이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 제기의 핵심은 무소불위 권한(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남용하는 검찰에 대한 제도적 견제와 인적 쇄신이다. 그러나 정부안으로는 되레 검찰의 권한을 확대해 '제2의 검찰청' '특수부 시즌2'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진보 진영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상당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윤석열 검찰'이 권한을 남용해 이재명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을 표적 수사하는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개혁을 요구해온 만큼, 반발이 거셌다.

이에 따라 공청회도 수사·기소를 독점한 검찰권 남용이 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를 해야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시작했지만, 정부안을 기준으로 놓고 토론하다보니 애초 개혁 취지는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았고, 그조차도 찬반 동수를 맞춰놓고 한 기계적인 토론으로 희석된 인상만 남겼다.

일례로, 공청회에서 정부안 반대 쪽으로 토론에 나선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검찰 파쇼를 시도했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도 다르지 않다"고 거세게 비판했지만, 정부안 찬성 쪽인 신인규 변호사는 "(반대 쪽에서) 파쇼 이런 얘기들이 자꾸 나오면서 검찰 집단을 전체적으로 압도적 불신을 깔고 말씀을 하신다"며 "검찰 조직에 대한 인식을 한 번 더 점검해 볼 필요 있다"고 맞섰다.

결국 토론자들은 짧은 토론 시간에 "검찰을 악마할 필요가 없다, 잘하는 부분도 있다(황문규)" "절대 선(善)은 없다(신인규)" 정도로 원론적인 합의점만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1.20. 연합뉴스

가정형, 미래형으로 점철된 정부안

논의 시작점인 정부안도 당초 문제가 제기된 것처럼 검찰에 대한 견제가 가능한지 의문이 있었지만, 공청회의 형식상 한계 등으로 심도 있는 점검은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안의 한계는 이날 공청회에서 이뤄진 정부 쪽 설명에서도 드러났다. 정부 쪽은 중요한 논쟁 지점들을 '가정형'이나 '미래형'으로 남겨뒀다.

노혜원 검찰개혁 추진단 부단장은 검찰개혁 핵심인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 "형사법의 다른 조문들과 연계 검사 검토해야 될 사항들이 있고 권한의 남용뿐만이 아니라 상호 견제, 업무 효율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뭉뚱그렸고, 공소청 검사의 직무 범위에 대해서도 "직무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지만 법령의 범위 내에서 한정될 것"이라고만 했다.

역할이 적은 고등검찰청을 없애지 않고 기존 대검찰청-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 3단 구조를 그대로 공소청에 적용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고등공소청이 상급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위적인 입장을 밝히며 "고등공소청 산하에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사건심의위원회를 둬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공소제기, 상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를 선거·마약·사이버 범죄 등 9대 범죄로 기존 검찰보다 대폭 확대해 무분별한 선별수사가 가능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경찰청 국가수사본(국수본)에서 이미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선거 범죄, 마약 범죄, 사이버 범죄 등에 대해서는 (국수본·중수청) 합동수사의 가능성 그리고 현 (검경) 협력과 견제의 관계 등을 고려해서 범위를 적정하게 시행령에서 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중수청 조직의 이원화 문제에 대해선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은 한 조직 내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대등한 협력 관계이고, 검사와 수사관과 같은 지휘 감독 관계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검찰 외에 경찰이나 금융이라든지 다른 분야 전문가들도 계속 충원해서 다양성을 확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인력 충원 방안은 없었다.

수사 경합이 발생하면 중수청이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청하거나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대해서도 "국민 입장에서 누가 수사하는지 혼선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기관 간 이견에 대해서는 협의조정기구와 조정기준 절차 등을 마련을 해서 합리적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법안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2026.1.20. 연합뉴스

기존에 제기된 찬반 논의 도돌이표

공청회에선 정부안에 대해 여러 비판이 나오긴 했지만, 찬반이 번갈아가며 한 번씩만 발언하는 한계로 법안 전체로 논의를 확대하진 못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공소청 검사의 직무 범위 및 보완수사권, 공소청 3단 구조, 9대 범죄 확대 문제, 경찰의 비대화 문제, 중수청 이원화, 중수청 수사사법관 명칭 등 일부 문제만 국한해 공방이 반복됐다.

공소청법 정부안이 검사의 직무를 '법령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에 규정된 사항(4조 8호)'으로 정해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그대로 가질 수 있는 구조라는 비판에 대해, 정부안 찬성 쪽 발제를 맡은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법령 따라서 명시된 검사의 직무 범위로 제한되기 때문에 새롭게 수사권을 창출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안 반대 쪽인 황문규 교수는 "(공소청법안에서) 형사소송법 등을 통한 수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심지어 대통령령으로 수사도 가능하게 돼 있다"며 "공소청법에 검사하는 범죄를 수사하거나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는 단서를 명시하면 된다. 왜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기를 기다려야 되냐"고 반박했다.

공소청 3단 구조와 관련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최호진 교수는 "고등공소청의 경우 앞으로 고등검찰청이 담당하고 있는 항고나 재항고 기능을 유지한다면, 결국은 이를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며 "국가소송 같은 경우에는 고검이 담당하고 있다. 만약에 이걸 없애버린다면은 국가소송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져 버린다"고 했다.

반면 정부안 반대 쪽 토론에 나선 김필성 변호사는 "항고·재항고는 검찰의 자체적 절차"라면서 "3단 구조를 유지시키는 이유는 고등검찰청을 유지를 하고 나아가서 법원과 검찰을 동등한 관계로 설정하는 현재의 구조를 관찰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법안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2026.1.20. 연합뉴스

중수청의 9대 범죄 확대에 대해, 정부안 찬성 쪽인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발의한 중수법 설치법에 8대 범죄에 대해서 수사하도록 돼 있다. 사이버 범죄가 들어간 것에 불구하다"며 "최근에 쿠팡 사태라든가 케이티(KT)라든가 정보 유출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중요성을 감안한 것으로 봐야 된다"고 했다.

황문규 교수는 연간 31만 건(2024년 기준)에 달하는 사이버 범죄 등이 9대 범죄에 포함된 데 대해 "'등' 글자나 가지고 무한히 확장해 왔던 검찰이다. 폼나는 주요 사건, 전관예우가 필요한 사건 중심으로 수사하고 하기 싫은 사건은 국수본으로 떠넘기고 사실상 국수본을 2류 수사기관으로 만들라고 그러는 것 아니냐"며 "수사 대상 범죄를 최소한으로 정리해야 된다"고 맞섰다.

신인규 변호사는 경찰 비대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이 있고 적극 찬성한다. 그런데 '수기분리' 대원칙이 지금은 어느 순간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갔다. 검수완박이라는 것을 달리 쓰면 '경수완독'다. 경찰 수사권 완전 독점 상태로 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필성 변호사는 "수사·기소 분리가 본격화하기 전에도 사실은 거의 모든 범죄, 특히 민생범죄들은 100% 가깝게 경찰이 (수사)했다. 특별히 문제가 달라진 건 없다"고 꼬집었다.

황문규 교수는 "경찰개혁도 해야 하지만, 검찰개혁 하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경찰은 아직 검찰만큼 해체하기 어려운 구조화된 권력이 아니다"라며 "자치경찰제도 논의해야 되고 수사기관에 대한 꼼꼼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서 국가수사위원회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개혁에 집중 해야 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공청회 형식적일 뿐…결단 필요한 때"

찬반 토론자들 사이에 이견은 있었지만, 중수청 이원화 문제와 수사사법관 용어 문제에 대해선 일부 합의 지점이 도출되기도 했다.

정부안 반대 쪽인 장범식 변호사는 중수청 이원화에 대해 "(수사사법관이 전문수사관을) 지휘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했는데 관계로 이어질 것이 법령 안으로 명백하게 보인다"며 "애초에 선발할 때부터 계급이 나뉘어 있다"고 지적했다.

찬성 쪽인 최호진 교수는 "법률 전문성과 현장 수사 노하우를 모두 확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실용적인 방안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도, "장기적인 방안에서 본다면 중수청 인력은 일원화 방안도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고 가능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6.1.20. 연합뉴스

수사사법관 용어 문제에 대해서도 찬반 양쪽에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황문규 교수는 "수사사법관이 중수청과 공소청을 융합하고 중수청을 사실상 제2의 검찰청으로 만드는 매개체가 되고 전관예우 시장을 열어놓게 될 것"이라고 했고, 최호진 교수는 "사법관이라고 하면 결국 사법기관으로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사법관이라는 용어보다는 수사관과 차이를 두는, 그냥 달리 불리는 용어가 필요하다"며 '책임 수사관' '법률 수사관' 등을 제안했다.

이 밖에 공청회 토론에선 검찰개혁의 '골든타임' 중요성, 제도의 지속적 보완 필요성 등이 언급됐다.

민주당 정청래 당 대표는 공청회 마무리 발언에서 "중수청의 수사 이원화는 문제가 있고, 수사사법관의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부분은 양측에서 공감대를 이룬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토론의 소중한 보람이 아닌가, 결실이 아닌가"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끝까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개혁 방안을 내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평가와 반대로 법조계 일각에선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찬반으로 이뤄진 공청회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검찰개혁은 이미 오랫동안 논의된 과제인 만큼 형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보다 정부·여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공청회에 대해 "찬반을 기계적으로 나눠서 각자 입장을 발표하고 듣는 형태는 생산적이지 않다. (당에서) 의견을 들었다 정도"라며 "검찰개혁은 20년 동안 무수히 많이 논의됐다. 형식에 매여서 중지를 모으는 모양새를 갖출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미 충분히 논의가 됐고 관련 논문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있다. 그동안 공청회만 수백회 했다"면서 "결단의 문제만 남아 있지, 이런 걸로 시간을 끄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