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로자 추정제’로 첫발, 법 밖의 노동자 보호 갈 길 멀다

고용노동부가 20일 최대 870만명에 달하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안을 발표했다.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우선 추정해 보호하고, 여기서 제외되는 이들은 노동권리장전 격인 일하는사람법으로 보호한다는 게 핵심이다. 노동부는 노동절에 맞춰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입법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완할 대목도 보인다.
현행 근로기준법 2조 1항은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여기에 해당하면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는다. 문제는 300만명에 달하는 플랫폼노동자처럼 노무를 제공하지만 전통적 개념으로는 정의되지 않는 노동자 규모가 급속히 커졌다는 점이다. 이들이 사측을 상대로 임금·퇴직금·수당, 해고·징계 등 관련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려면 스스로 노동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했다. 민사소송 시 노무제공자를 노동자로 우선 추정하고 사측이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반증토록 했다. 입증 책임 주체를 사측으로 바꾸어, 민사소송에 한해 노무제공자가 노동법 보호를 좀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유럽연합이 플랫폼노동자들을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분류하는 규정을 만든 선례가 있다. 일하는사람법은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있는 이들처럼 노동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것으로, 균등처우·사회보험 등 일하는 사람의 기본권·사회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와 사업주의 책임·의무를 담고 있다.
정부안은 노동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현행 노동법은 플랫폼노동 확산 등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노무제공자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으려면 건건이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노동자성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기준을 완화해야 하지만, 정부는 ‘근로자 추정제’로 이 문제를 피해가며 제한적으로 보완하는 데 그쳤다. 일하는사람법도 지금처럼 강행규정 없이 ‘노력해야 한다’고만 해놓으면 선언적 수준에 그치기 쉽다. 정부는 입법까지 남은 기간 노동계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빈틈을 메우고, 법 시행 후 고용에 부정적 여파가 미치지 않도록 경제계를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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