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3세의 ‘한지붕 경쟁’···해태아이스크림 합병 이후 시나리오
오너 3세간 승계, 업무 분담 등에 관심 모여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빙그레가 빙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합병한다. 아직 빙그레는 합병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차남이 같이 근무하게 돼 주목된다. 아직 오너가 지분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란 점에서 빙그레 3세 간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빙그레는 이사회를 열고 해태아이스크림과 합병을 결의했다. 빙그레는 내달 12일 합병 승인 이사회를 열고 4월1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은 빙그레가 존속 법인으로서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 합병하는 구조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빙그레는 지난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고 공동 마케팅 실시, 물류센터 및 영업소 통합 운영 등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다양한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빙그레는 인수 2년 만에 흑자 전환했고, 매출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성공적인 인수라고 자평했다.
우선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이 합병하면 단순 계산 기준 수익성,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롯데웰푸드의 빙과 매출은 6563억4100만원, 빙그레는 7529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빙그레의 경우 해태아이스크림의 빙과 매출을 더하면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지난 2024년 빙과 부문 점유율 39.86%로 선두권을 유지 중이다. 그 뒤로 빙그레(28.25%), 해태아이스크림(14.68%) 등 순이었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점유율을 더하면 점유율 42.93%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빙그레는 이번 합병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인프라를 활용해 시장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복된 사업 조직을 통합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일원화하는 등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최근 빙그레는 사내 공지를 통해 해태아이스크림을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조직개편이 아닌 경영 환경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선 빙그레가 합병 이후 상황에 대해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로서 빙그레 합병 이후 주목할 점은 크게 '오너가 3세의 역할 분담'과 '수익성 확대'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 사장은 현재 빙그레, 차남인 김동만 전무는 해태아이스크림에서 근무 중이다.
그간 김호연 회장의 후계자로는 김동환 사장이 거론돼왔다. 그러나 빙그레는 아직 지분이 승계되지 않은 상태로, 후계 구도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빙그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빙그레의 최대주주는 김호연 회장(42.16%)이다. 그 외는 재단법인 김구재단이 2.09%, 제때가 2.0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제때는 김호연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물류회사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해태아이스크림 주요 제품인 부라보콘의 포장재와 콘 과자 납품 과정에서 기존 거래처를 계열사인 제때로 변경한 과정에서 오너일가에 부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등 내부거래가 있었는지 집중 점검한 바 있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후 약 40년간 거래해 온 기존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중단하고, 제때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빙그레 계열사는 해태아이스크림과 해외 법인을 제외하면 제때, 셀프스토리지 등만 남게 된다. 제때는 김호연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 전량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오너일가 회사에 가깝다. 셀프스토리지는 제때의 자회사로,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합병하면 사실상 빙그레가 보유한 계열사는 없다.
아울러 빙그레는 지난해 계획했던 인적분할 및 지주사(가칭 빙그레홀딩스) 전환도 전면 철회했다. 당시 빙그레는 빙그레홀딩스(존속)와 사업회사 빙그레(신설)로 나눠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해 빙그레홀딩스가 빙그레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즉 김 회장은 물론 제때가 지주사를 거쳐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갖출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빙그레는 분할과정에서 해태아이스크림과 해외 판매 법인들이 존속회사에 소속되는 점, 상법개정안 처리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 등이 맞물려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결국 빙그레는 김동환 사장과 김동만 전무가 합병 빙그레 법인에서 근무하며 각자 능력을 증명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적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증권가는 지난해 빙그레 매출이 2.2% 오른 1조4946억원, 영업익은 26.2% 감소한 969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태아이스크림 역시 매출 상승 흐름을 탔지만, 2024년까지 2년 연속 1900억원대 매출을 보이며 정체기였고, 영업익 역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오너 3세들의 승계는 논의된 바 없다"면서 "김동환 사장, 김동만 전무 등 업무 분담 역시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합병 이후 논의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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