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협에 ‘셀 아메리카’ 부각…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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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요구하며 이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유럽의 대항 수단으로 미국 주식과 채권의 매도 카드가 부각되고 있다.
유럽이 보유한 미국 주식과 채권 규모는 약 10조달러(1경4800조원)에 달해, 이론적으로는 대규모 매도를 통해 미국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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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파급력 있지만, 받아줄 세력 없고 자햬 성격도
미국과 유럽은 금융시스템 상 깊게 얽힌 한배 탄 형국
셀 아메리카는 협상력 높이기 위한 심리적 압박 수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요구하며 이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유럽의 대항 수단으로 미국 주식과 채권 매도 카드가 부각되고 있다.
유럽이 보유한 미국 주식과 채권 규모는 약 10조달러(1경4800조원)에 달해, 이론적으로는 대규모 매도를 통해 미국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최대 해외 채권 보유 그룹 중 하나로, 수십 년간 대미 무역흑자와 자본 이동을 통해 막대한 달러 자산을 축적해 왔다. 유럽이 보복 수단으로 이른바 '셀 아메리카' 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단 이는 관세나 보조금이 아닌 금융시장을 전장으로 삼는 비대칭 대응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글로벌외환리서치 책임자는 "서방 동맹의 지경학적(geoeconomic) 안정성이 무너지고 있는 환경에서 유럽인들이 채권자 역할을 기꺼이 수행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 실행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FT는 결론지었다. 무엇보다 유럽이 보유한 미국 자산의 상당 부분은 정부가 아닌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민간 부문이 보유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외교·통상 협상의 카드로 미국 자산 매도를 검토하더라도, 민간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목적의 동시 행동을 강제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 투자 결정의 기준이 수익성과 안정성인 이상, 외교 갈등을 이유로 수익을 희생할 유인은 크지 않은 것이다.
네덜란드계 금융그룹 ING는 유럽연합(EU)이 달러화 자산을 매도하도록 민간 투자자들에게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으며, 유로 자산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려는 노력 정도만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현실적인 출구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유럽이 보유한 대규모 미국 자산을 흡수할 만한 대체 투자처는 제한적이다. 아시아 투자자들이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지만, 단기간에 10조달러에 이르는 매물을 소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동성과 규모 면에서 미국 금융시장을 대체할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미국 자산 매도가 곧바로 유럽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미국은 현재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역풍이다. 미국 자산을 대거 처분할 경우 유럽 통화의 급격한 절상,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자국 채권·주식 시장 불안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금융 시스템과 깊게 얽힌 유럽 경제 구조상, 이는 상대를 겨냥한 무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겨누는 '상호 확증 파괴'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조차 미국 국채 매도를 위협하면서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런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한편 이 영향으로 뉴욕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마틴 루서 킹의 날을 맞아 휴장한 가운데 선물시장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한때 1.4%, 나스닥100은 1.6%가량 하락세를 보였다.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현지시각 20일 오전 2시 30분 현재 전장 대비 0.52% 하락한 98.88를 기록했다. 동맹국을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무역 전쟁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식 선물과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결국 유럽이 검토하는 미국 자산 매도 카드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심리적 압박 수단일 뿐이다. 그린란드 관세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수록 금융 무기화라는 극단적 시나리오가 거론될 수는 있지만, 유럽이 감당해야 할 비용과 위험을 고려할 때 실제 활용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이 논의 자체가 미·유럽 관계가 전통적 동맹에서 벗어나 점차 거래적·대결적 국면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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