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문경 119 구급 응급환자 이송 체계 불균형(?)⋯“의료 선택지는 왜 줄었나”

문경지역에서 119구급대의 응급환자 의료기관 이송 과정과 관련해 현행 이송 체계가 '도민 생명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 얼마나 충실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문경시 점촌동에 거주하는 A(86)씨는 감기 증세로 119에 신고한 뒤 구급차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평소 진료를 받던 병원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응급이 아닌 상황에서도 환자의 선택권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동로면에 거주하는 B씨 역시 지난해 어지러움 증세로 119 이송을 요청하며 기존 진료 병원을 언급했으나 처음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재차 요구한 끝에야 원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증상은 호전됐다.
이 같은 사례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구급대의 신속한 출동과 현장 대응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송 병원을 결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대해서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 여부'와 '환자 선택권'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문경지역에서 119구급차로 이송된 환자는 모두 3천494명이다. 이 가운데 2천890명, 전체의 82% 이상이 특정 지역 응급의료기관인 C병원으로 이송됐다. 반면 지역 종합병원인 D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285명에 그쳤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환자의 중증도 등을 고려해 모든 진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D병원이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던 시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4년에는 전체 3천583명 가운데 C병원 이송이 2천951명, D병원은 323명에 불과했고, 2023년에도 전체 3천845명 중 C병원 3천11명, D병원 493명으로 격차가 컸다.
결국 D병원은 시민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으로 2007년부터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해 왔지만,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2025년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포기했다. 현재는 일반 응급실만 운영 중으로, 시민 입장에서는 의료 인프라 선택지가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인근 지역과 비교하면 문경의 상황은 더욱 두드러진다. 안동은 지난해 119 이송 환자 7천229명이 권역 응급의료기관과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산됐고, 상주 역시 두 개 응급의료기관에 환자 이송이 균형을 이뤘다.
현행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환자의 질병 내용과 중증도, 지역 특성을 고려해 치료에 적합하고 최단 시간 내 이송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옮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도민 생명 중심'에 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도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응급환자 이송을 하고 있다. 환자 상태나 중증 여부를 판단해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으며 보호자와도 상의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응급환자 이송시 병원에 진료가 가능한지 여부도 묻는 등 도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119구급대를 단순한 '환자 이송 시스템'이 아닌 지역 의료체계 전체를 연결하는 생명 안전망의 핵심 축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중증 응급환자라면 신속성이 절대적이지만, 경증 환자나 기존 진료 이력이 중요한 경우에는 치료 연속성이 오히려 생명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중증·경증을 보다 세분화한 이송 기준과 현장 재량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도민 생명을 위한 119 이송 체계라면 환자 중심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며 "지역 의료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도의회 일부 의원들도 "현장에서 목숨을 살리기 위해 뛰는 구급대원들의 역할이 더욱 빛나기 위해서라도 그 뒤를 받치는 응급환자 이송 결정 구조에 대해 점검과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immar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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