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기차가 부른 전력 대란…전선업계, 북미 시장 대비 나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최근 멕시코 생산법인에 약 2300억 원을 투입해 전력 인프라 및 모빌리티 부품을 아우르는 통합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생산라인 확대를 넘어 북미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 대응을 전담하는 전략적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북미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며 전력망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AI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는 최대 1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데, 이는 약 8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도시 하나와 맞먹는 규모라고 알려졌다. 즉 전력 공급 능력보다 송전선과 배전 설비, 변압기 등 인프라 확충 속도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이 같은 신규 증설 뿐만이 아니다. 노후 전력망 교체 시기도 겹쳤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현지 전력망의 약 70%가 25년 이상 노후화된 상태다. 통상 전력 설비의 기대 수명이 30~40년임을 감안하면 대규모 교체 주기가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선과 배전 설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기업 간 격차를 가르는 요소가 됐다.

멕시코 생산 거점 확보는 LS그룹 전반의 전력 인프라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현재 LS그룹은 발전 이후 전력 변환, 송·배전, 최종 소비지에 이르는 전 과정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LS전선이 케이블과 배전 설비를 맡고, LS일렉트릭은 변압기와 스위치기어 등 전력 시스템을 공급한다. 에식스솔루션즈는 모터·변압기용 특수 권선을 담당하며 그룹 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에식스솔루션즈의 기업공개(IPO) 추진은 이번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북미 설비 확장에 재투자함으로써,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특수 권선 수요를 독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북미 중심 설비 확장을 위한 재원 확보 성격이 짙다.
이 뿐만 아니다. LS전선은 전력 인프라와 함께 모빌리티 전선 사업도 동시에 키워나간다. 전기차 확산으로 고전압 전선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멕시코 현지에 자동차용 전선 생산 라인을 구축해 북미 완성차 업체들의 부품 현지화 요구에 직접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투트랙 체제가 완성 될 전망이다. 그룹 차원에서 바라보며, 미국 버지니아주 해저 케이블 공장인 LS그린링크와 멕시코 법인을 연결하는 북미 생산 체계가 완성된다. 고부가 제품은 미국 버지니아 해저케이블 공장에서, 원가 경쟁력이 중요한 제품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체제로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전선은 북미 생산기지 투자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충남 당진공장을 중심으로 한 생산 효율화에 집중하며, 시장 상황과 수주 가망성을 면밀히 검토해 단계적으로 현지 투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북미 시장의 성장성은 인정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단기적인 투자 속도 조절은 있을 수 있으나, AI와 전기화라는 거대한 흐름은 바꿀 수 없는 구조적 변화"라며 "전력 인프라 공급 능력이 곧 빅테크 기업들의 선택 기준이 되는 만큼,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