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한국·대만 압박하는 사이… ‘수퍼 사이클’ 올라탄 미 기업들

유지한 기자 2026. 1. 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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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를 무기로 한국과 대만을 압박하는 사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발 빠르게 ‘수퍼 사이클’에 올라타고 있다. 마이크론과 인텔 등 미국 대표 기업들은 반도체 공장 인수와 신규 건설을 통해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인재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공장까지 미국에 새로 건설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미국 기업들은 속도전을 벌이며 한국·대만의 반도체 주도권을 빼앗으려 맹추격 중”이라고 했다.

◇만년 3등 마이크론의 삼성·SK 추격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대만 먀오리현에 있는 반도체 업체 PSMC의 ‘P5 공장’을 18억달러(약 2조6600억원)에 인수하는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19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인수는 기존 30만제곱피트(약 2만7871㎡) 규모의 ‘300㎜ 팹 클린룸’을 포함하며, 규제 승인 등을 거쳐 올해 2분기 인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클린룸(Clean Room)은 먼지·미생물·입자 등 오염을 엄격히 제어해 깨끗하게 유지되는 특수 실내 공간이다. 인근에 있는 마이크론의 타이중 사업장과 거리가 가까워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론은 “증가하는 글로벌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마이크론은 대만 P5 공장을 통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D램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이곳은 월 최대 웨이퍼(반도체 원판) 5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지만, 현재는 8000장 정도 생산 가능한 장비만 들어와 있어 가동률이 20%에 불과하다. 앞서 지난 주 착공식을 가진 마이크론의 미국 뉴욕 메가팹이 2030년 가동에 들어가는데, 이번 시설 인수를 통해 전 세계 D램 공급 부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의 D램 생산 시설 인수는 한국 반도체를 추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D램 시장(지난해 3분기 기준)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약 26%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려 만년 3등이다. HBM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비해 뒤처졌다. AI(인공지능)로 전 세계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다. 대만 디지타임스아시아는 “메모리 공급 및 수요 역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반도체 제국 인텔도 부활 시동

미국 인텔도 반도체 사업 부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자금 문제 등으로 중단됐던 오하이오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이 최근 현장 인력 채용에 나서며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오하이오주 파운드리 공장은 280억달러(약 41조원)를 투입한 미국의 최대 반도체 프로젝트 중 하나다. 2개 공장으로 시작하는 최대 8개까지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반도체 불황과 인텔 내부 사정으로 사업이 지연돼 왔으나,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사업 추진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일명 칩스법)에 따라 인텔에 89억달러를 지원하며 인텔 지분 10%를 확보했고, 엔비디아도 인텔에 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오하이오주 생산 시설의 가동 시점은 2030~2031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를 뛰어넘기 위해 집중하는 최첨단 공정인 14A(1.4나노급) 제품들이 이곳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텔은 최근 AI GPU(그래픽 처리 장치) 전문가 에릭 데머스를 영입했다. 그는 AMD와 퀄컴에서 GPU를 설계해 온 전문가로, 그동안 뒤처졌던 인텔의 AI 가속기(AI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계된 하드웨어의 일종) 전략과 로드맵을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업체 무어인사이트는 “에릭 데머스의 영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며 “GPU 구조를 처음부터 구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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