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2,950만 명에서 멈췄다… 제2공항 수요 예측은 왜 아직도 3,900만을 말하나
‘혼잡’과 ‘수요’가 갈라진 2025년 데이터

2025년 제주국제공항 이용객은 2,950만 명대에 머물렀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추진의 핵심 근거로 제시해 온 2025년 항공수요 예측치와는 약 1,000만 명의 간격이 벌어졌습니다.
‘공항이 붐비느냐, 아니냐’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전제해 온 수요의 방향과 크기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수요가 ‘폭증’한다는 가정은 유지되고 있지만, 데이터는 이미 다른 궤도로 이동했습니다.
■ 2,953만명, 늘지 않은 수요와 떨어진 탑승률
20일 제주자치도가 한국공항공사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2025년 제주공항 이용객은 2,952만 7,994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대비 소폭 늘었지만 증가폭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반면 항공사의 공급석은 더 빠르게 늘었습니다.
그 결과 탑승률은 89.5%에서 87.9%로 1.6%포인트(p) 하락했습니다. 좌석은 늘고, 정작 좌석을 채울 수요는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포화’로 설명돼 온 혼잡의 실체가 공급 확장과 수요 정체의 엇갈림으로 드러났습니다.

■ 국제선 반등, 그러나 제주를 지탱한 건 ‘국내선’
이용객 구성은 더 선명합니다. 2025년 이용객의 89%는 국내선, 11%는 국제선이었습니다.
국제선 이용객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제주공항의 절대 수요를 떠받치는 축은 여전히 국내선입니다.
문제는 국내선입니다. 이용객은 줄었고 탑승률도 하락했습니다.
국제선 회복이 반가운 신호인 것은 맞지만, 전체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2공항의 규모와 경제성을 정당화할 ‘총량’은 국내선에 달려 있는데, 그 국내선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 예측은 낮췄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에서 수요 전망을 일부 조정했습니다.
그럼에도 2026년 항공수요를 3,400만 명대 중반으로 제시했습니다. 실제 2025년 실측치가 2,950만 명대에 머문 상황에서, 단기간에 500만 명 이상을 끌어올릴 근거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예측치를 낮췄다고 하지만 결론은 그대로 유지된 셈입니다.
이 지점에서 논쟁은 찬반을 넘어 ‘정책 설계의 태도’로 이동합니다.
물론 예측이 틀릴 수는 있습니다.
다만 틀린 뒤에도 같은 결론을 유지한다면, 분석은 신념이 됩니다.

■ 2025년,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정상값일 수도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가 회복되며 반등 국면이 나타났지만,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2025년까지 제주공항 이용객은 3000만 명 선을 넘지 못했습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국내 소비 위축, 해외여행으로의 수요 분산 등 대내외 구조적 요인은 이미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좌석 공급을 늘렸지만 수요가 이를 따라오지 못했고, 그 결과 탑승률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정상값의 재설정’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국적 항공사 한 관계자는 “공항 확장은 수요가 늘고, 노선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따라줄 때 효과를 낸다”며 “수요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뒤의 확장은 비용과 운영 부담을 먼저 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공항이 아니라 예측이 먼저 포화 상태에 도달
지금의 쟁점은 공항이 좁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 예측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는 데 있습니다.
제주공항은 혼잡하지만, 이용객 수요가 폭증하는 흐름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2공항 계획은 여전히 ‘지속적 수요 증가’를 전제로 설계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항 확장 논의에 앞서, 수요 예측이 왜 실제 흐름과 어긋났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내선 수요 정체의 원인, 국제선 회복의 한계, 항공사의 노선 전략 변화, 공항 유지·운영 비용까지 함께 놓고 재계산하지 않으면 경제성 논의 자체가 공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재검증
제2공항이 필요 없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재검증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2025년 실측 데이터가 공개됐고, 항공 수요의 흐름이 이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교통·항공 분야 한 전문가는 “국가 기반시설 계획은 전망이 아니라 검증 위에서 수정돼야 한다”며 “현실과 다른 숫자를 그대로 둔 채 결론만 유지하면 정책 신뢰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측과 현실의 간격을 설명하지 못한 채 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제2공항 논쟁은 개발의 타당성을 넘어 국가 정책의 신뢰를 묻는 쟁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가 계획은 숫자로 말합니다.
그 숫자가 바뀌었다면, 결론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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