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도 이지스에 '센터필드 매각 중단하라' 통보
LP들 반대하는데 운용사는 매각 강행
업계 "연금-이지스 간 불신 수면 위로"

국민연금이 서울 강남권 핵심 오피스 자산 ‘센터필드’ 매각을 추진 중인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뜻을 이메일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공동 수익자인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모두 반대하는데도 운용사가 매각 방침을 고수하는 이례적인 구도가 형성됐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과 이지스자산운용 사이에 오랫동안 쌓인 불신이 센터필드의 펀드 만기 도래 시점에 맞춰 표면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센터필드 매각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 직후 ‘매각 중단’ 의사를 이메일로 전달했다. 그동안 신세계프라퍼티만 매각 반대 입장을 보도자료 등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민연금 역시 내부 검토 단계를 넘어 운용사에 직접 반대 의사를 전달하며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센터필드는 신세계프라퍼티와 국민연금이 각각 49.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센터필드 펀드의 핵심 수익자 두 곳이 모두 매각에 반대하는 이례적 구도가 형성됐다. 신세계프라퍼티는 현재의 고금리 환경과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무리한 매각보다는 자산 보유가 유리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역시 단순한 매각 반대를 넘어 운용사 교체 가능성까지 포함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10월 펀드 만기를 앞두고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만기를 앞둔 상황에서 수익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선관주의 의무에 따른 판단”이라며 “공개경쟁을 통해 시장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펀드와 수익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펀드 자산의 처분 등 운용 판단은 업무집행사원(GP)인 운용사가 수행한다. 다만 사모펀드의 경우 계약 구조에 따라 자산 매각 등 핵심 의사결정에 수익자의 동의권을 두거나, 특정 요건에서 운용사의 재량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센터필드 펀드의 투자 계약에도 자산 매각 및 이관 등 중요 절차에 수익자 동의권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이번 사안을 이례적으로 보는 것은 법적 권한 다툼 자체보다 실무 관행과의 괴리 때문이다. 통상 운용사가 핵심 수익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각 절차를 공식화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다. 시장에선 이번 갈등이 단순한 ‘매도·보유’ 선택을 넘어, 운용사와 핵심 수익자 간 관계가 크게 경색된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연금 간에 그간 누적돼 온 신뢰 이슈가 이번 사안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측은 앞서 서울 마곡 초대형 복합업무시설 ‘원그로브’ 선매입 건을 둘러싼 이견과 이지스자산운용 경영진의 이해 상충 논란 등으로 신뢰 관계에 금이 갔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은 이지스자산운용 측의 업무 처리 방식에 불편한 기류를 여러 차례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센터필드 매각 추진 역시 이 같은 갈등이 누적된 가운데, 양측의 입장 차가 전면화된 사례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센터필드를 그룹의 핵심 자산이자 미래 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평가하며 장기 보유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신세계프라퍼티는 매각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수익자와 협의 없는 일방적인 매각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공식 입장을 내놓는 등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연금이 매각 중단을 전달함에 따라 향후 사태는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펀드 약정에 따른 권한 배분과 운용사·핵심 수익자 간 신뢰 문제가 동시에 얽힌 사례”라며 “법적으로 매각을 강행해 성공하더라도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구권 안 쓰고 2.5억 더 낼게요"…세입자 속내는 [돈앤톡]
- "BTS가 광화문으로 돌아온다"…하이브, 연일 '들썩'
- "호텔 2주 살면 2000달러"…베트남 가자마자 납치당한 20대男
- '오락가락' 환경 정책에…1호 종이빨대 업체 파산 위기
- 지역경기 활황…일당 33만원 '교통요원' 등장
- "브레이크타임도 수당 줘"...천만원 달라는 서빙 직원 '분통'[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 "없는 주식 팔면 40억 폭탄" 당국, 불법 공매도 '전면전'
- 지역특화 비자 외국인 "한국 살고 싶어요" 대다수…직무 적합성 인식은 낮아
- 설 앞두고 "1인당 최대 60만원" 민생지원금 또 나온다…신청 자격은?
- "발전소 내놔" AI 전력전쟁 시작…트럼프 한마디에 수혜주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