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발표] "비즈니스석 요구 아니다… 최소한의 처우 개선 원해"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성명서 전문 공개

김유미 기자 2026. 1. 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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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사)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2025년 9월 26일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한 '여자 축구대표팀 처우 개선 촉구 성명서'와 관련해 성명서의 취지와 다르게 해석된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선수들과 선수협 측은 해당 문건이 대외적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협회에 전달된 내부 문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내용이 유출된 후 비난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보도가 이어진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선수협과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성명서를 통해 대표팀에 대한 특혜나 과도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운동선수로서 최소한 보장되어야 할 훈련·이동·회복·장비  등에 관한 처우 개선을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성명문의 요구사항을 발췌한 부분. 성명문에서 손흥민 선수의 이름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비즈니스석 요구가 아닌 선수 보호 문제

성명서에 포함된 항공 이동 관련 언급이 일부 보도에서 '손흥민급 비즈니스석 요구'로 해석됐지만, 선수협과 대표팀 선수들은 "이는 처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단편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이 문제로 제기한 것은 좌석의 등급 자체가 아니라, 장시간 비행과 잦은 경유가 반복되는 해외 원정에서 선수의 건강과 회복을 고려한 이동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장시간의 비행에 영향을 많이 받는 무릎 부상 등 심각한 부상 상태의 선수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좌석은 이코노미 탑승이 원칙이었다. 실제 무릎 부상으로 인해 몸이 성치 않은 선수가 '개인 비용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요청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선수협의 김훈기 사무총장은 "특정 선수를 거론하거나, 다른 종목이나 선수와 비교해 달라는 요구는 성명서 어디에도 없다. 비즈니스석이라는 단어만 떼어내 자극적으로 소비된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열악한 처우, 현장에서 반복돼 온 현실

대표팀 선수들이 제기한 문제는 실제 운영 과정에서 반복돼 온 사례들에 기반하고 있다. 대표팀 수당은 하루 일당 10만 원 수준이며, 별도의 경기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부상 시 치료와 재활 역시 하루 한도가 정해져 있어 추가 비용을 선수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유니폼과 훈련복 등 기본 장비는 사용 후 반납이 원칙이고, 심지어 남자 유소년 축구 국가대표팀이 사용했던 의류를 재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원정 경기 이후 지급된 물품을 반납하기 위해 공항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안내받기도 했으며, 과거 원정 경기에서 통역이 동행하지 않았던 경우나, 예산 문제를 이유로 대표팀 공식 콘텐츠 촬영에서 제외된 사례도 있었다.

동아시안컵 기간에도 선수 보호 측면에서 아쉬운 일정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 전날 경기도 수원에서 숙박한 뒤 당일 강원도 원주로 이동했고, 이틀 뒤 다시 경기 일정으로 재차 수원으로 이동하는 일정이 반복됐다. 회복 운동은 원주에서만 가능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제약이 있었다.

또한, 이동 시 대표팀임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식이나 엠블럼이 없는 일반 관광버스를 이용해 이동했으며, 선수들은 이러한 부분이 편의의 문제를 떠나 국가대표로서의 상징성과 존중과 관련된 문제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성명서 유출 이후 이어진 보도에 유감

선수들과 선수협은 성명서가 어떤 경로로 외부에 유출됐는지 확인하지 못했으나, 이후 보도가 성명서의 취지를 설명하기보다 비난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어진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특히 일부 후속 기사에서는 여자 축구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했던 시점에 맞춰 비판적 보도가 집중됐고, 나아가 U-17 여자 대표팀의 대회 결과까지 언급하며 논란을 확장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선수협 측은 "성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제기한 처우 개선 요구가, 아무런 책임이 없는 어린 선수들까지 평가와 비난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선수협은 보도의 방향성에도 유감을 표했다. 2025년 7월, 여자 축구대표팀은 약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고, 당시 이와 관련한 보도도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다룬 일부 비난성 기사들에서는 이러한 성과는 거의 언급되지 않은 채, 성적이 부진했던 시점과 결과만이 반복적으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선수협은 "대표팀이 성과를 냈던 사실은 배제한 채, 부진한 결과만을 선택적으로 연결해 보도하는 방식은 이번 문제 제기의 본래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수협은 이러한 보도 흐름이 처우 개선이라는 본래의 문제 제기 취지를 흐릴 뿐 아니라, 특정 시점을 겨냥해 비난을 유도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성명서와 무관한 맥락에서 특정 남자 선수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거론하며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하는 보도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논의를 왜곡한다"라는 입장이다.

축구협회 "내부 논의·개선 검토 중"

한편 해당 성명서는 선수협이 2025년 9월 26일자로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한 내부 문서였으며, 이에 협회 측은 10월 17일자로 선수협에 회신을 보내왔다. 선수협과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이 회신을 계기로 협회와의 공식적인 대화가 시작되고, 처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선수협에 보낸 공식 회신에서, 성명서에 담긴 다수의 사안이 이미 협회 내부에서 단계적으로 논의·검토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여자 축구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현실적인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서도,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과의 소통을 통해 지원 환경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향후 여자 대표팀 감독과 주장단 선수 등을 포함한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개선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수협에 따르면, 협회의 회신 이후 공식적인 대화가 이어지기보다는 성명서 내용이 먼저 언론에 유출되며 비난성 보도로 확산됐고, 회신 이후 진행된 대표팀 소집에서도 협회와의 추가적인 공식 대화나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협회 측 일부 임원들이 여자 대표팀의 베테랑 선수인 지소연과 면담을 진행했다. 지소연은 "해당 자리에서는 주로 비용과 예산 부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을 뿐, 구체적인 실행 일정이나 실질적인 개선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대립이 아닌 실질적인 대화를 바라는 선수협

대표팀 선수들과 선수협은 이번 성명서 전달이 대한축구협회와의 대립이나 압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협의 구조 안에서 실질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요청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성명서는 협회를 공격하거나 갈등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돼 온 처우 개선 문제들을 정리해 공식적으로 논의하자는 취지이다.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바라는 것은 축구협회와의 대립이 아니라, 현실을 공유하고 함께 해법을 찾아가는 실질적인 대화"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또 운동선수로서 최소한 보장돼야 할 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하고, 단계적인 개선 방안을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며 "선수협과 선수들은 언제든지 이러한 논의를 위한 공식적인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선수들과 선수협은 이번 해명이 처우 개선 요구의 본래 취지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또한 여자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판과 논란을 넘어 조금 더 따뜻하고 균형 잡힌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선수협은 여자 축구가 걸어온 과정과 선수들의 노력이 존중받는 가운데,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차분하게 이해되고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선수협이 공개한 성명서 전문.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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