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있는데 말이 안나오네… ‘깜빡깜빡’ 건망증 비밀 풀렸다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6. 1. 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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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아는 이름인데, 입 밖으로 안 나오네."

그 결과, 공포 기억을 학습한 생쥐의 뇌에서는 엔그램 세포들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 부위인 '시냅스(synapse)'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강봉균 단장은 "기억이 저장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연구는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 건망증이나, 반대로 끔찍한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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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기억 회상, 세포 간 시냅스 연결 강도가 결정”
단순히 기억 세포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회상 불가능
학습 후 세포 잇는 ‘연결 다리’ 늘어나야 기억 떠올라
치매·PTSD 등 기억 장애 치료에 새 단서
[생성형 AI]
“분명 아는 이름인데, 입 밖으로 안 나오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다. 머릿속에 정보가 저장된 건 확실한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다. 흔히 ‘건망증’이라 넘기는 이 현상의 과학적 원인이 밝혀졌다. 기억이 저장된 ‘방’은 그대로인데, 그 방으로 가는 ‘길’이 끊기거나 좁아지면 기억을 꺼낼 수 없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강봉균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은 뇌 속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세포인 ‘엔그램(engram) 세포’들이 서로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기억 회상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월 12일 자에 실렸다.

우리가 새로운 사실을 배우거나 경험하면 뇌 속의 특정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된다. 이를 기억의 흔적이라는 뜻에서 ‘엔그램 세포’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과학계는 이 엔그램 세포가 만들어지면 기억이 저장된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로는 엔그램 세포가 있어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회상 원리는 미지수였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특정 장소에서 공포를 느끼게 하는 학습을 시킨 뒤, 뇌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공포 기억을 학습한 생쥐의 뇌에서는 엔그램 세포들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 부위인 ‘시냅스(synapse)’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시냅스는 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접합점으로, 우리 뇌 속의 데이터 전송 케이블과 같다.

학습이 제대로 된 생쥐는 엔그램 세포끼리 연결하는 시냅스 수가 늘어나고, 그 크기도 커졌다. 반면 기억과 상관없는 일반 세포와의 연결에는 이런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 연결이 기억 회상의 핵심임을 증명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기억을 형성하는 동안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약물을 투여해 시냅스가 커지는 것을 막았다. 그러자 생쥐는 엔그램 세포가 살아있는데도 공포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연구진은 인위적인 자극 실험 결과도 진행했다. 시냅스가 덜 형성된 상태에서 빛으로 엔그램 세포를 강제로 깨우자 기억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시냅스 연결을 아예 차단해버리자 강제로 세포를 깨워도 기억을 불러내지 못했다. 즉 기억 세포가 존재하더라도 이들을 잇는 물리적인 다리인 시냅스가 부실하면 자연스러운 회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강봉균 단장은 “기억이 저장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연구는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 건망증이나, 반대로 끔찍한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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