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타! 내 오만 씻어준 화음… ‘신앙의 길’ 인도하는 등불로[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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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타! 알 수 없는 신열이 온몸을 휘감았다.
믿음을 말하지 않아도 신앙이 부족한 내 가슴에 하나님의 말씀은 흰 눈처럼 쌓이고 필라멘트처럼 떨려 오는 손끝은 고운 미소를 와락 껴안은 듯, 전율의 긴 공간에 갇혀 동글동글 터져 나오는 눈물샘 하나에 신앙의 길을 묻고 있었다.
종교는 수학적 추론이나 과학적 증명으로 접근할 수 없는 신의 영역으로, 인간의 오만한 잣대로 접근하는 순간 이미 그것은 종교의 신성을 짓밟는 행위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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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타! 알 수 없는 신열이 온몸을 휘감았다. 느린 듯 웅장한 오르간의 긴 호흡이 멎는 순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연상케 한 지휘자의 각도 큰 두 팔은 허공의 음표를 낚아채어 나를 더욱 옭아맸다. 이윽고 성가대의 화음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화음과 화음을 잇는 천사들의 고운 미소는 뭉클한 감동이요 은혜의 충만이었다. 믿음을 말하지 않아도 신앙이 부족한 내 가슴에 하나님의 말씀은 흰 눈처럼 쌓이고 필라멘트처럼 떨려 오는 손끝은 고운 미소를 와락 껴안은 듯, 전율의 긴 공간에 갇혀 동글동글 터져 나오는 눈물샘 하나에 신앙의 길을 묻고 있었다. 천사는 그렇게 오는가. 성탄과 새해맞이 기쁨을 전하는 신반포중앙교회 글로리아, 할렐루야 두 찬양대가 함께 펼친 칸타타는 예수님의 복음이요, 사랑의 메시아였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신앙 앞에서 망나니였다. 교회에 가기 싫어 딴전을 피우고 죽은 자가 어떻게 사흘 만에 살아날 수 있느냐며 아내에게 따져 묻곤 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부활을 믿으라는 것, 그것은 나에게 가혹한 요구였다. 권사 직분을 가진 아내는 그런 나에게 차분히 성경을 읽어 보라고 권했다. 종교는 수학적 추론이나 과학적 증명으로 접근할 수 없는 신의 영역으로, 인간의 오만한 잣대로 접근하는 순간 이미 그것은 종교의 신성을 짓밟는 행위라고 했다. 더불어 모든 현상에 대한 부정의 시선을 버리고 긍정의 눈으로 본다면 마음이 평온해져 건강한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마치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훈육하듯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랬다. 나는 늘 긍정보다 부정이 앞섰다. 대인 관계에서도 의심이 먼저였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으며, 내 판단과 상식이 정의의 기준이었다. 이런 우월 의식이 나의 철학이자 특권으로, 신앙 따윈 필요 없었다. 내가 곧 신앙이요, 내 안의 믿음이 곧 종교라는 자만에 빠져 교회를 멀리했다. 성경은 당대의 저술가들이 쓴 신앙적 창작물에 불과하다는 괴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때가 4월 부활절 무렵이었다.
강한 부정은 어느 순간, 긍정의 밀알이 되었을까. 부활절을 맞이하여 나는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아내의 권유를 떠나 ‘믿음이란 무엇인가. 왜 인간은 신을 믿어야 하는가.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인간의 삶을 심미적 단계, 윤리적 단계로 나눈 뒤 결국 인간은 절대자 앞에 홀로 서는 슬픈 ‘단독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갈파했다. 모든 것을 누리고 책임을 다해도 결국 인간은 권태와 좌절을 피할 수 없기에 신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고 이어령 교수의 저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에 이런 구절이 있다. “부활은 인간의 능력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꾸 증명하려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십자가의 비극을 보인 것입니다. 인간은 인간의 힘으로 영생을 얻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오만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깨달았다. 인간의 오만은 지성만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불치의 병으로 절대자의 손길 없이는 치유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번 신반포중앙교회 합동 성가대가 선보인 칸타타는 바로 내 안의 오만을 씻어 주는 새 희망의 화음이었다. 그중에서도 김영숙 집사님의 고운 미소가 어우러진 눈꽃 화음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참신앙의 길로 인도하는 등불이었다.
김재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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