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말은 들어 봤나

엄민우 IT전자부장 2026. 1. 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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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든 정책이든 무언가를 실행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조율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창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걱정의 근원은 기업이 아닌 제 3자인 정치권이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대한민국 반도체 업계는 지방으로 클러스터를 옮기고자 하는 욕구가 없고, 나아가 현 상황을 불편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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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엄민우 IT전자부장] 사업이든 정책이든 무언가를 실행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조율이다. 하다 못해 가까운 연인 사이라도 그렇다. 상대방 휴가 일정이나 의향에 대해 알려고 하는 노력없이 '이번 여름휴가는 8월 둘째 주 베트남으로 하자'하고 혼자 날짜 예약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람과는 함께 하기 힘들다. 

최근 정치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창이다. 전기가 부족하다 등 나름대로 열심히 정리한 명분도 함께 거론된다. 그런데 정작 그 대상인 기업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기업들은 본인들이 급하면 시키지 않아도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등 재계단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정작 당사자들이 아무 말이 없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걱정의 근원은 기업이 아닌 제 3자인 정치권이다.

결국 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지방선거 전마다 펼쳐지는 그 풍경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은 늘 동내에 뭔가 '거대한 것'을 만들어준다고 하면 표가 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과거 그 단골메뉴가 '공항'이었다면 최근 들어 가장 핫(Hot)한 반도체로 주제가 바뀐 듯하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대한민국 반도체 업계는 지방으로 클러스터를 옮기고자 하는 욕구가 없고, 나아가 현 상황을 불편해하고 있다. 인력확보도 어렵다고 한다. 어렵지 않게 확인가능한 사항을 정치권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정책을 구상하면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셈이다. 이 중요한 일을 구상하면서 나중에 들으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같은 일들이 되풀이되는 근본적 이유는 정치권이나 정부관계자들이 정책대상자들을 문제해결을 위해 이야기를 들어 봐야할 파트너나 챙겨야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데 있다. 한 국가 경제부처 수장이었다는 사람들이 "과학계는 카르텔이고 기재부는 엘리트"라고 하거나, 환율 잡겠다며 해외투자자들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수익성만 신경쓰기도 바쁜 국민연금 동원을 암시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 그 예다. 심지어 한 정부 인사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해외주식에 투자를 하는 이유를 '쿨 해 보여서'라는 현실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본인들만 엘리트이고 나머지는 개별 경제주체가 아닌, 별 생각없이 사는 종속변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농경 국가였던 조선시대에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은 사실상 과거시험에 통과한 공직자들이 전부였다. 백성들은 어떤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 하나 붙으면  글 읽을 수 있는 누군가 읽어주는 것을 듣고 이해하면서 살면 되는 수준이었다. 당시 백성들은 사실상 '나랏님이 하라면 해야지'라는 자세 하나로 살았다. 조선시대 이후로 꽤나 늦게까지 이 같은 풍조가 이어졌다. 최고의 엘리트는 고시패스 한 사람들로 여겨졌다. 직업선택권이 한정적이고 정보가 통제돼 있던 시절 이야기다.

최고의 인적 리소스들이 자본권력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전세계적인 흐름이고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전문분야라면 더더욱 민간의 요구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어느 곳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최상의 퍼포먼스가 나오고 주주와 구성원, 나아가 국가에 도움이 될지 여부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그 자신감들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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