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보수당의 새 이름, '당' 말고 '회' 가치 담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 정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글자는 아마 '당(黨)'일 것이다.
1870년대 후반 일본의 정치인들은 서구의 '파티(Party)'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리라는 뜻의 '당' 앞에 '다스릴 정(政)' 자를 붙여 '정당'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개화당 정권은 청나라의 군사 개입에 의해 '3일 천하'로 끝났지만, '당'이란 용어는 1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정치 언어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당'은 일본 번역어, 갑신정변 때 '개화당' 첫 사용
구한말 '당' 대신 '회' 많아, 일제 팽창으로 '당' 확산
'尹 색깔' 지우려는 野, 당명에서 '회' 가치 지향을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우리 정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글자는 아마 '당(黨)'일 것이다. 여당과 야당, 창당과 탈당, 합당과 분당까지 정치 뉴스의 대부분은 '당'으로 구성된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진행한 새 당명 공모전에서도 '당'이 담긴 응모작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당명 앞에 '자유' '공화' 같은 보수의 가치를 담고 끝에 '당'을 붙인 형태들이다.

'당'은 검을 흑(黑)과 높일 상(尙)이 결합한 글자로, 본래 '패거리'를 가리키는 부정적 의미로 쓰였다. 글자를 풀이하면 어둠 속에서 사리사욕을 챙기는 무리라 할 수 있다. 옛 성현들도 '당'을 경계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긍이부당(矜而不黨)"이라 했다. 군자는 스스로 자긍심을 갖되 무리 지어 세력을 만들지 않는다는 주문이다. 조선에서도 '당'은 금기어였다. 당쟁, 당파, 사당 등 특정 집단의 이익을 앞세워 정적과 싸우는 행태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됐다.
오늘날의 '당'이 정치 용어로 자리 잡은 것은 메이지 유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0년대 후반 일본의 정치인들은 서구의 '파티(Party)'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리라는 뜻의 '당' 앞에 '다스릴 정(政)' 자를 붙여 '정당'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이 일본식 번역어는 1884년 갑신정변을 계기로 우리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당시 김옥균, 서재필 등 친일·반중 성향의 급진개화파는 중전 민자영의 친중 외척 세력을 내치고 권력을 잡고는 스스로를 '개화당'이라 불렀다. 개화당 정권은 청나라의 군사 개입에 의해 '3일 천하'로 끝났지만, '당'이란 용어는 1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정치 언어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사실 정치 조직이 언제나 '당'이라는 이름을 택했던 것은 아니다. 구한말 활동한 독립협회, 신민회, 대한자강회처럼 정치 결사체들은 함께 모여 토론하고 의견을 모은다는 뜻의 '회(會)'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그러다 일본 제국주의 팽창으로 '대통령(사무라이 두목)'과 같은 일본식 정치 용어가 한자문화권으로 확산되면서 '당'은 정당명에서 빠질 수 없는 단어로 굳어졌다. 중국에선 신해혁명 직후국민당과 공산당이, 식민지 서울에선 박헌영의 조선공산당이 등장했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정치 조직의 이름에 반드시 '당'이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다. 조선 시대 이래 분열과 대립의 언어였던 '당' 대신 통합과 공론의 정신이 담긴 '회'의 가치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을 다시금 새겨야 할 때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수 정당 중 최초로 당명에서 '당'을 뺀 국민의힘이 다시 당명 개정에 들어갔다. '윤석열 브랜드'를 지우고 새 출발을 모색하려는 의도일 텐데, 이왕 부정적 이미지를 털고자 한다면 '회'와 같이 공동체와 미래를 지향하는 명칭을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나나 모녀 강도상해' 30대 "흉기 소지하지 않았다" 주장 | 연합뉴스
- "술잔에 그려진 독도는 일본땅?"…日오키섬, 집요한 다케시마 홍보 | 연합뉴스
- "2주 호텔 머물면 2천달러" 제안에 속아…캄 스캠단지 끌려가 | 연합뉴스
- 순천시 간부공무원, 만취상태로 택시운전사 폭행후 택시탈취(종합) | 연합뉴스
- 창원서 소쿠리섬 인근 조개잡이 60대 잠수부 숨져…해경 수사(종합) | 연합뉴스
- 막말 논란 창원시의원, 이번엔 "창원대로를 박정희대로로" 제안 | 연합뉴스
- 기사로 주가 띄워 112억…전직 기자·증권맨, 첫재판 혐의 부인 | 연합뉴스
- 알리 셀러계정 털렸다…해커가 계좌변경, 정산금 86억원 가로채 | 연합뉴스
- 식당서 쓰러진 노인, 옆자리 경호관이 심폐소생술로 살려 | 연합뉴스
- 한집 사는 형 살해 후 80대 모친에 흉기 휘두른 50대 검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