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들국화를 꽃피운 음악의 토양… 40년만에 움트다
기획자 들국화 베이시스트 최성원 인터뷰
“묻히기 아까운” 뮤지션 곡 모아 1985년 첫 발매… 기념비적 명반
40주년 맞아 한번 더 앨범 기획
“K팝과 언더 뮤지션 밸런스 맞춰… 음악산업 불씨 계속 살려 나가길”


5일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 노래 전시회’를 리부트(Reboot) 발매한, 전설적인 록그룹 ‘들국화’의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 최성원(72)은 최근 동아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운을 뗐다.
1985년 발매돼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우리 노래 전시회’는 최성원이 들국화 활동 전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노래를 모아 기획했다. 해당 앨범엔 전인권의 ‘그것만이 내 세상’, 강인원의 ‘매일 그대와’ 등 지금도 회자되는 명곡들이 빼곡하다.
● “묻히기 아까운 노래 만들자”

“K팝 아이돌이 아닌 록, 포크 싱어송라이터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용기를 냈어요. ‘묻히기 아까운 노래들을 만들어 보자’ 싶었죠.”
리부트 앨범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개성과 서사를 지닌 아티스트들이 부른 11곡이 실렸다. 최성원이 만든 곡과 참여 뮤지션들의 자작곡을 함께 수록했다.
첫 곡 ‘다시 서울로’는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리움을 담은 따뜻한 발라드. 그는 “예전에는 서울을 벗어나고 싶기만 했는데, 나이 일흔이 넘으니 나쁜 점이 있어도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소중한 곳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귀포 돌고래’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고향의 봄’ 등을 불렀던 제주 출신 가수 오연준이 맡았다. 최성원은 “그때만 해도 10대였던 오연준이 이제 스무 살이 돼 미국 버클리음대로 유학 갔다”며 “성인이 된 오연준의 목소리를 이 앨범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의 기억 속 제주 풍경을 노래한 ‘기억해 둔 제주’도 인상적이다. 그는 “인생의 반을 제주에서 살다 보니 제주 노래가 많아졌다”면서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앨범에는 포크 듀오 여유와 설빈, 가수 레이디 온 더 힐, 데보라, 인태은, 걸그룹 스피카 출신 양지원도 참여했다. 참여 가수들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최성원이 직접 보고 들어온 “음악을 잘하지만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다.
● “노래가 그리는 아름다운 세상”
그렇다고 그가 K팝에 반감을 가진 건 아니다. 최성원은 “산업적으로 확장된 모습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며 “한순간 불꽃처럼 사그라지지 않게, 불씨를 계속 살려 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예전에 영국 ‘브리티시 록’이 세계를 30, 40년씩 휩쓸었잖아요. 우리 K팝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일까. 최성원은 방탄소년단(BTS)과 아이유 등 K팝을 이끄는 주역인 후배 100명에게 이번 앨범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만 그는 “K팝의 위상과 언더그라운드 작가주의적인 아티스트들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건강한 음악 시장”이란 바람을 드러냈다.
40년 만에 돌아온 ‘우리 노래 전시회’. 당시 첫 음반 기획 때 가졌던 문제의식은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솔직히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때는 TV나 라디오에 나오지 않으면 음악을 제대로 할 수 없던 시절이었죠. 음악을 잘하는 것보다 PD의 눈에 드는 게 중요했어요. 하지만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에 뮤지션들이 직접 작품을 전시하자는 마음이 ‘우리 노래 전시회’의 출발점이 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것만이 내 세상’ 등도 세상에 나왔다. 이런 노래들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계속 불리고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노래를 듣고 있으면 세상이 아름다워지기 때문 아닐까요. 이번 앨범의 목표는 ‘두 번째’ 리부트 앨범을 내놓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해마다 지속할 만큼만 성과가 나오면 성공한 게 아닐까 싶어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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