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맨 먼저 지었다… 딥시크 키워낸 AI 기지 ‘튜링 마을’

1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구(區). ‘0′과 ‘1′로 이뤄진 이진법 숫자로 ‘튜링 마을(圖靈小鎭)’이라 적힌 이곳은 공사 소음과 흙먼지로 가득했다. 튜링 마을은 인공지능(AI) 기업을 키워내기 위해 조성한 첨단 산업 단지다.
공사가 한창인 항저우 튜링 마을은 딥시크 AI 모델 확산의 일등 공신(功臣)이다. 지난해 2월 이곳에 들어선 공공 AI 데이터센터는 딥시크 ‘R1 만혈판(무삭제 버전)’에 컴퓨팅 파워를 제공했다. 미국 빅테크만큼 강력한 성능은 아니지만 미국 반도체 규제로 최신 칩을 구하지 못한 중국 AI 기업에는 ‘생존 키트’였다. 덕분에 현지 AI 기업들은 곧장 딥시크 AI 모델을 테스트하고 활용해 서비스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튜링 마을은 화웨이 계열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신화산(H3C)과 지방 정부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항저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허난·산시·안후이·구이양·칭하이·광시 등 7개 성(省)에 같은 이름의 첨단 산업단지가 건설돼 AI 비즈니스·기술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AI 인프라부터 먼저 제공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인 앨런 튜링의 이름을 딴 이 단지는 전통적 배후 컴퓨팅 단지의 ‘완공 후 가동’ 공식을 뒤집었다. 초대형 금융·상업 시설까지 포함한 3.25㎢ 규모 개발 사업이지만, 건설 초기인 2024년 1월 데이터센터부터 문을 열었다. 가속화하는 글로벌 AI 전쟁 속도전에 대응할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중국 현지에선 이 산업단지 운영 모델을 ‘30·50·20’으로 부른다. 핵심 기술 인프라 30%를 먼저 가동해 성과와 신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산업 공간(50%)에 기업을 유치하고 생활 배후 시설(20%)을 보강하는 방식이다. 아직도 SKP 백화점을 포함한 상업·생활 구역과 금융 구역은 마무리 공사 중이다. 입주 기업 직원은 “사람이 별로 없어 유령 마을처럼 보이지만, 테크 기업 입장에선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30·50·20 모델 배경엔 중국 정부의 AI 스피드 지원 전략이 깔려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세운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에서 2030년까지 10조위안(약 2120조원) 규모의 AI 산업 생태계 구축 목표를 제시했다. 2022년 2월에는 ‘동수서산(東數西算)’ 공정에 시동을 걸어, 동부 지역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서부 지역에서 연산하도록 하는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전략을 추진했다. 네이멍구와 구이저우 등 전력 자원이 풍부한 서쪽 지역에 대규모 AI 인프라를 몰아넣는 구상이었다.
자본도 AI 분야로 빠르게 이동했다. 2023년 11월 600억위안(약 12조7000억원) 규모의 ‘국가 인공지능 산업 투자기금’을 신설했다. 반도체 산업에 집중됐던 국가 주도 자본이 AI로 넘어가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앙·지방정부·기업들 AI 혼연일체
중국 AI 굴기는 수십 개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방 정부가 AI 인프라를 깔고, 기업들이 그 기반 위에서 기술 돌파에 나서는 모델이다. 2023년 중국 정부는 300엑사플롭스(EFLOPS·초당 100경회 연산 처리) 연산 규모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1위 수퍼컴퓨터 약 150대를 모아놓은 엄청난 규모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선 AI 모델 훈련과 적용에 특화된 대형 AI 데이터센터 수백 곳이 단기간에 설립됐다. 대부분 지방 정부 주도인데 23개 성(省)·시(市)에 퍼져 있다. 2021년엔 10곳이 채 되지 않았지만, 2024년 말에는 250곳에 달했다. 또 각 성·시는 보조금, 임대료 감면, 세제 혜택, 인허가 패스트트랙, 인재 주거 지원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의 한 기술 투자 전문가는 “최근에는 공공 데이터 개방과 산업별 학습 데이터 표준화 사업까지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 인프라 뒷받침 속에 중국의 AI 응용 기업은 2020년 88만 곳에서 최근 250만 곳으로 급증했다. 전 세계 AI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가운데 71곳(세계 점유율 26%)이 중국 기업이고, 중국에서 개발된 AI 모델은 1509종으로 전 세계의 40.2%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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