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고드름 녹다 / 유선철

최미화 기자 2026. 1. 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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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철 시인은 2012년 등단 이후 천강문학상 시조 부문 대상, 오늘의 시조시인상, 정음시조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런 점에서 고드름 녹다는 인상적이다.

고드름에서 논리와 고집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상화(相和)의 여인이 되어는 오늘의 시조시인회의에서 펴낸 광복 80주년 기념 특집에 수록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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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논리에다/ 서슬 푸른 저 고집들// 세한의 칼바람도 코웃음에 건너더니// 볕살에 중무장 해제/ 허망한 항복이다// 아니다, 해방이다/ 승화된 기쁨이다// 겨우내 굳은 생각 낙숫물로 쏟아내고// 야심 찬 고백을 한다/ 이젠 흘러가겠다고
​『오늘의 시조』(2024, 18호)

유선철 시인은 2012년 등단 이후 천강문학상 시조 부문 대상, 오늘의 시조시인상, 정음시조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조집으로 『찔레꽃 만다라』와 『슬픔은 별보다 많지』가 있다.

어떤 사물을 보고 영감이 떠오르면 시인은 시를 쓴다. 의미 부여와 함께 사물을 자세하게 풀어서 미학적으로 연구한다. 이 미학적 사고 과정은 자연이나 인생 및 예술 등에 담긴 미의 본질과 구조를 시로 해명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고드름 녹다」는 인상적이다. 고드름을 두고 화자는 단단한 논리에다 서슬 푸른 저 고집들, 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참신한 시각이다. 고드름에서 논리와 고집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고드름은 세한의 칼바람에도 코웃음을 건넸다. 그러다가 볕살에 그만 중무장 해제를 당하고 만다. 그때 허망한 항복이라고 잠깐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내 그것은 해방이고, 승화된 기쁨이라고 여기게 된다. 겨우내 굳은 생각을 낙숫물로 쏟아내고 야심 찬 고백을 하는 것을 보았으므로. 고드름은 이젠 단단한 논리에 붙들리지도 않고, 서슬 푸른 고집을 부리지도 않고 해방과 승화된 기쁨을 안고 마냥 흘러가겠다는 것이다. 즉 물의 본디 속성을 따르겠다는 말이다. 고드름이 녹게 된 것은 자연의 이치 앞에 고개를 숙인 일이다. 순복의 삶이다.

다음은 「상화(相和)의 여인이 되어」다. 이상화 시인의 삶과 문학을 강렬하게 떠올려 보여주고 있는 시편이다. ​
내 등의 짐이란 짐 모두 다 내린 후에 다가오는 또 한 생엔 나도 여인이 되어 뜨겁고 서러운 시를 탕약처럼 달여먹고.// 각혈로 얼룩졌던 그의 행적 보듬어서 불타는 노을빛에 슬픔 다 비벼 넣고 바람의 중심에 서서 희망가를 불러주리// 침실에 드리워진 커튼을 걷어내고 살가운 봄 햇살이 마당에 가득한 날, 무릎에 그를 누이고 새소리도 들려주고// 되찾은 들녘에서 청보리 물결칠 때 부르튼 발바닥에 향유를 발라주며 두 번은 울지 말자고 손가락을 걸어보리.

흡사 애국 시인 이상화의 영혼이 이 작품 속에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상화(相和)의 여인이 되어」는 오늘의 시조시인회의에서 펴낸 광복 80주년 기념 특집에 수록된 작품이다.

아직도 겨울의 한복판이다. 내밀한 사유에 깊이 침잠할 수 있는 계절이기에 시의 우물을 부지런히 길어 올릴 일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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