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전 조선 선교사들, 지금의 아이돌이죠

이태훈 기자 2026. 1. 2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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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콘서트 ‘더 미션:K’ 현장
MJ·재윤·김동준·리키 K팝 스타들
언더우드·알렌 등 실존 인물 연기
“세상 끝에서 도전한 20대 선교사들
당시에는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

조선 최초의 서양의학 의사 호러스 알렌(1858~1932),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 등을 세워 근대 교육의 문을 연 개척자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세브란스병원 원장을 지낸 근대 의학 교육과 보건 정책의 선구자 올리버 에비슨(1860~1956),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가능케 한 기업인이자 투자자 루이스 세브란스(1858~1913)까지.

소탈한 차림에 땀 흘리며 연습에 열중하는 K팝 아이돌 가수들에게서 공연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 왼쪽부터 ‘아스트로’ MJ(알렌 역), ‘SF9’ 재윤(언더우드 역), 장소영 총괄 프로듀서, MC 역을 맡은 서범석 배우, ‘ZE:A’ 김동준(에비슨 역), ‘틴탑’ 리키(세브란스 역). /장경식 기자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콘서트 ‘더 미션:K–새벽을 연 사람들’은 독특한 시도다. 140여 년 전 세상의 끝과 다름없던 미지의 나라 조선을 찾아와 목숨을 바쳐 헌신했던 네 선교사의 이야기. 그런데 수염 기르고 격식 갖춘 정장 차림이 아니라, 가장 힙한 청년의 모습이다. 지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K팝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당시의 청년 선교사들로 무대에 선다.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K팝 노래와 춤으로 그들의 도전과 성취를 그린다.

알렌 역을 맡은 ‘아스트로’의 MJ, 언더우드 역을 맡은 ‘SF9’의 재윤, 에비슨 역을 맡은 ‘ZE:A’의 김동준, 그리고 세브란스 역의 ‘틴탑’ 리키를 MC 역의 뮤지컬 배우 서범석과 함께 최근 서울 마포구 연습실에서 만났다.

◇“세상 끝에 온 가장 힙한 젊은이들”

이들에게 선교사들 이야기는 익숙한 곳, 보장된 미래를 뒤로하고 세상 끝으로 가서 시작한 새로운 도전을 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각자 바라보는 인물들에 대한 시선도 독창적이고 또렷했다.

MJ는 알렌에 대해 “사람을 치료함과 동시에 낯선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조선 최초의 서양의사 1호”라고 했다. “제중원을 만들며 노래해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집, 모든 생명을 살리는 집’이라고.” 재윤은 언더우드에 대해 “이 땅에서 교육의 구조를 바꾼 근대적 교육 제도의 창시자이자, 극중에서 많은 사람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주는 인물”이라고 했다. “제 솔로 넘버에 ‘불 켰더니 난리 났소’가 있어요. 이분이 조선에 전구를 처음 들고 온 분인 걸 저도 처음 알았어요. 전구에 불을 켰더니 도깨비불이라고 난리가 나요, 하하.”

동준이 맡은 에비슨은 조선에 개념조차 없던 보건과 방역을 처음 시작한 의료 선교사. “조선을 돕겠다는 에비슨의 연설이 기도처럼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요.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손을 씻고 물을 끓여, 작은 습관 하나가 큰 기적을 만들어’ 하고 노래하죠. 그 끝없는 희생과 헌신의 삶을 들여다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 반성까지 하게 됐어요.” 리키는 “다 아시는 세브란스 병원, 그 이름이 바로 저”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기부가 삶이었던, 통 큰 믿음의 후원자셨어요.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뭘 잘 나눠주는 편이라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선교사 이야기지만 네 사람 모두 기독교인이 아닌 것도 이 공연의 독특한 점. 그만큼 젊은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선택과 도전의 이야기였고, 이들도 배역에 위화감 없이 스며들고 있다.

◇“20대, 선택과 도전의 이야기”

뮤지컬 콘서트 ‘더 미션:K-새벽을 연 사람들’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배우들. /장경식 기자

눈물 겨운 희생과 헌신의 삶으로만 소개됐던 선교사들의 삶을 신나고 힙하게 만든 주역은 이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작곡가·음악감독 장소영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피맛골 연가’ ‘미스터 마우스’ 등을 만든 그는 “제중원 얘기에 빠져 선교사들 삶을 파고들다 보니, 조선에 올 때 다들 20대 초반 혈기 넘치는 젊은이였더라”고 했다. “그 시대 어떻게 먼 나라를 돕기 위해 왔을까요. 젊고 에너지 넘치는 푸른 눈 청년들, 힙한 아이돌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이들이 지금 시대로 소환돼 콘서트를 통해 사람들과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는 이야기를 상상했죠.”

장 감독은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가장 중요하게 본 건 인성”이라며 웃었다. 제일 발랄한 캐릭터라 생각돼 알렌 역에 MJ를, 은근히 진지한 면이 있는 재윤을 언더우드로 점 찍었다. 원래 서사의 중심이던 에비슨 역은 연기 경험이 가장 많은 동준에게, 화려한 액세서리가 잘 어울리는 리키에겐 ‘기부 플렉스’ 세브란스 역을 맡겼다. 힙한 K팝 스타일이 기반이지만, 각 배우에게 최적화된 음역대와 리듬을 연구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와 노래를 만들었다.

본업은 아이돌이지만 모두 무대 경험이 많은 것도 공통점. MJ는 ‘제이미’ ‘잭 더 리퍼’ ‘겨울나그네’, ‘조로’, 재윤은 ‘서편제’ ‘도리안 그레이’ ‘또 오해영’, 리키는 ‘총각네 야채가게’ ‘테이크오프’ ‘담배가게 아가씨’, 동준은 ‘캐치 미 이프 유 캔’ ‘올슉업’ ‘드림하이’ 등의 뮤지컬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코러스 11명, 앙상블 15명, 아역 15명에 오케스트라 등 총 9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무대. 일제의 탄압 속에서 계속된 선교사들의 활동은 1908년 세브란스 의학교 제1회 졸업식 장면까지 이어진다. 장 감독은 “뮤지컬의 화려함과 콘서트의 자유분방함이 어우러져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콘서트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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