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산단’ 지원 계획 3주만에 뒤집은 기후 장관

전준범 기자 2026. 1. 2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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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행보로 기업 발목 잡아

국가 에너지·환경 인프라의 열쇠를 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갈지자(之) 행보’가 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의 명의로 확정 고시한 반도체 산업단지 지원 계획을 뒤집는 발언을 하거나, 지역 민원을 이유로 국책 전력망 사업을 지연시키는 등 정책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기후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달 5일 ‘국가수도(水道)기본계획 부분 변경’ 고시에 직접 서명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당초 계획보다 4543억원 증액된 총 2조 2143억원을 투입해 기존보다 31만㎥ 증가한 107만2000㎥ 규모 용수 공급 시설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반도체 산단의 원활한 가동을 위한 국가 차원의 약속이었다.

김 장관은 그러나 3주 뒤인 지난달 26일, 라디오 방송에서 “삼성과 SK가 용인에서 쓸 전기가 원전 15기 분량”이라며 “전기가 많은 지방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용인에 물길을 터주는 대규모 국가 투자 계획을 확정해 놓고는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후 ‘호남 이전론’에 불이 붙었다.

그래픽=박상훈

◇출범 4개월에 논란만 수두룩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전국 전력망 구축)도 김 장관의 정치적 셈법 앞에 멈춰 섰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하남 ‘동서울 변전소’ 증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동해안~동서울 HVDC(초고압 직류송전) 선로의 종착지다. 하남시가 주민 반대를 이유로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사업은 장기간 지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위원회’를 열어 이 사업을 국가 기간 전력망으로 지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60일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까지 도입했다. 하남시 반대와 무관하게 신속한 사업 추진을 결정한 것이다. 김 장관은 이 결정을 내린 위원회의 정부 측 위원이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최근 하남시 주민들과 간담회 뒤 한전에 “주민들이 제안한 대체 부지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한전은 행정심판에서 승소한 최적의 입지를 두고도, 일단 인허가 신청을 포기했다. 동해안의 전력을 용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공급하려면 변전소·변환소 증설은 필수적이다. 기후부는 “주민 설득을 위해 마지막까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란 입장이지만, 한 에너지 전문가는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환경과 에너지 붙일 때 예견된 일”

김 장관은 원전 신규 건설이나 전기료 인상 여부를 결정할 막중한 권한을 쥐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오락가락했다. 과거 노원구청장 시절 ‘탈원전’을 주장했던 그는 장관 청문회에선 “원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가, 취임 후엔 “신규 원전 건설 여부는 국민 여론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물러섰다. 최근 대국민 토론회에선 “수출국이 국내에선 원전을 안 짓는 건 궁색하다”며 찬성론으로 다시 선회했다.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가 늘어도 요금은 안 오른다”, “전 정부 때 주택용 요금을 한 푼도 안 올렸다”는 등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 신호가 흔들리면 기업은 장기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오락가락 행보가 기후·환경·에너지가 한데 묶인 구조 탓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후·환경 정책은 규제, 에너지는 진흥 성격이 강한데 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다 보니 발언이 꼬인다는 것이다. 결단이 필요한 사안마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상황과 청중에 따라 표현을 바꾸는 정치적 화법이 정책 신호를 흐리게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치에서는 양쪽을 모두 달래는 언사가 통할지 몰라도 에너지 정책은 그래서는 안 된다”며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쥔 장관이 중재자에만 머물면 정책 마비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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