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5일 차 장동혁 "누군가 장미의 허리를 꺾었다... 꺾을수록 더 강해지자"
당 최고위서 한동훈 향해 "악어의 눈물"
친한계 김종혁, 윤리위에 이호선 징계 요구
재심의 기한 D-4… 갈등 요소는 여전

여야 원내대표가 19일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특별검사법 협의를 위해 이틀 연속 회동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꺾을수록 더 강해지자"고 각오를 새롭게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금 단식을 할 때가 아니라 석고대죄를 할 때"라며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등 여당이 꿈쩍도 하지않는 상황에서 대여 투쟁 의지를 다진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에 따른 여진도 지속되는 등 '장·한 갈등' 돌파구는 여전히 마련하지 못한 모양새다.

"장미 한 송이가 내 곁을 지킨다"… 장동혁 연이틀 손글씨
장 대표는 단식 닷새째인 이날 농성장이 설치된 국회 로텐더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목숨 걸고 국민께 호소드리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지킬 수만 있다면 목숨 바쳐 싸우겠다는 처음 각오를 꺾지 않겠다"고 밝혔다.
면도를 하지 않은 수척한 모습으로 송언석 원내대표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 앉은 장 대표는 느린 속도로 짧은 발언을 마쳤고, 다른 지도부 발언 때는 눈을 감은 채 듣기도 했다. 농성장 주변에는 장 대표를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장 대표는 최근 청년 당원들로부터 장미꽃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자필로 "단식 5일째 누군가 장미의 허리를 꺾었다. 보란 듯 더 생생하게 꽃잎이 피어 올랐다"고 심경을 전했다. 전날에는 "어제부터 장미 한 송이가 내 곁을 지키고 있다. 내 곁에 올 때부터 죽기를 각오했다"며 "내가 먼저 쓰러지면 안 된다"고 적었다.
장 대표가 단식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으로 당내 혼란이 커지자 '국면 전환용 카드'로 단식을 택했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단식이 길어지면서 황우여 전 대표와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 당내 원로를 포함한 당 핵심 인사들의 방문도 줄을 잇는 등 표면적으로는 당내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지방선거 주자들도 속속 현장을 찾고 있다.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에 이어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도 방문했다. 오 시장은 "보수가 커지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강력한 대여투쟁을 통해 당내 구심점으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효과를 어느정도 거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수면 아래 가라앉은 장·한 갈등... 재점화는 시간 문제
장·한 갈등도 당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한 전 대표 제명 결정 관련 재심 신청 기한이 23일로 시간이 조여오고 있지만, 친한(친한동훈)계는 당장은 공격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장 대표가 단식까지 불사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나섰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갈등 재점화는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당권파는 한 전 대표를 겨냥해 여전히 날을 세우고 있다. 최고위에서 공개 검증을 제안한 신동욱 최고위원은 "당무감사위원회도 믿지 못하고 중앙윤리위원회도 믿지 못하겠다면 최고위원들이 냉정히 평가하겠다는 것"이라며 "저희 제안에 대해 (한 전 대표 측은) 응할 것인지 아닌지 답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의 발언을 "진정성 없는 말장난"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조 최고위원은 "어제 사과한다는 말을 접하는 순간 '악어의 눈물'이 떠올랐다"며 "영악한 머리를 앞세워 교언영색으로 더 이상 세상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가 침묵하는 상황에서 친한계도 전면전은 피하고 있지만, 여론전은 마다하지 않는다. '당원권 정지 2년' 징계를 권고받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윤리위 회의에 출석해 윤민우 윤리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예고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윤 위원장은 한 전 대표를 제명하면서 쓴 결정문에서 저를 '마피아'에 비유하고 '테러리스트'라 했는데 그것은 윤리위원장이 저에 대해 범법 행위를 했다는 예단을 가진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당 최고위원회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의결하면 가처분 등 조치를 고려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현주 기자 sp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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