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파급력·수출 기여도…K바이브,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워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K콘텐츠와 푸드·뷰티 등 연관 효과가 큰 산업들이 연합군을 구성해 상품 등의 기획 단계부터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들을 K바이브로 묶고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반도체·바이오·배터리처럼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모처럼 일어난 K 붐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연구개발 등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고 이를 통해 K컬처를 업그레이드해 K프리미엄 수준으로 올려야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경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콘텐츠·푸드·뷰티를 아우르는 K웨이브 전반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정부가 지식재산권(IP)과 관련해 재정적·법률적 검토를 해주거나 정부와 민간이 연계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K콘텐츠의 발전은 뷰티·푸드 등 연관 산업 파급효과가 크고 외교·안보적 기여도 작지 않기 때문에 전략적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콘텐츠 산업은 그 파급력과 수출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정책 우선순위에서 비켜나 있다. 개별 부처가 주로 단건별로 지원 중이며, 예산도 대부분 1년 단위 편성인 경우가 많다. 단기 예산 지원이 주를 이루다 보니 ‘메가 IP’가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한 콘텐츠의 세계관을 확장하거나 프랜차이즈화하는 일이 불가능하고, 정책 방향이 바뀌면 사업이 중단될 위험도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직속 ‘K콘텐츠위원회’를 신설해 부처 통합으로 K콘텐츠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성진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순 엔터테인먼트에서 국가 핵심산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문화 주권과 IP 주권 확보, 관광·소비재·제조업 등 산업 전방위에 파급력을 미친다는 점, 2차전지와 가전을 웃도는 K콘텐츠의 수출 기여도를 고려할 때 경제 안보 관점에서 콘텐츠 산업의 위상을 재정립할 시기”라고 말했다.
K콘텐츠와 유관 산업의 위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푸드·뷰티 등 소비재 기업이 참여하는 펀드를 만들어 콘텐츠 제작비를 지원하고, 기획 단계부터 IP를 활용한 제품을 공유해 K콘텐츠와 소비재 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애니메이션 등 영상 콘텐츠 제작 시 발생하는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출판사와 방송국, 완구회사, 게임회사 등이 공동 출자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본 제작위원회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일본 제작위원회는 굿즈 관련 업체들에 주로 지분 투자를 하는데 한국은 굿즈를 넘어 K푸드, K뷰티 등 소비재 기업과 시너지를 내는 게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국내 소비재 기업들은 콘텐츠 자체의 투자수익성만 고려하거나 콘텐츠 투자를 일종의 광고비 정도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소비재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에 출자해 자금을 지원하거나, 정부가 K콘텐츠와 소비재 업계 협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더빙·번역 지원 제도의 요건 완화도 과제로 꼽힌다. 현재는 기업당 지원 건수에 상한이 설정돼 있어 콘텐츠의 대규모 글로벌 유통을 추진하는 데 제약이 크다. 자막과 더빙은 이제 콘텐츠의 부가적인 옵션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입을 좌우하는 최소조건이다. 업계에서는 콘텐츠 규모와 수출 가능성에 따라 더빙·번역 지원 제도의 지원 대상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관련 기술 지원도 확대해 현지화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제값을 받기 위해선 극장 개봉 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되기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홀드백 제도의 안착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OTT가 투자·유통을 동시에 장악한 현재 플랫폼 구조에선 영화 콘텐츠가 공개와 동시에 플랫폼에 흡수되고 있다. 국내 제작사는 IP를 매절 형태로 넘기고, 흥행 성과와 무관하게 수익 상한이 고정돼 플랫폼에 종속된다.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이 국내외 OTT에 강력한 홀드백 규제를 적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홀드백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로 극장 개봉 여부와 무관하게 IP는 플랫폼에만 축적되는 악순환이 반복 중이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은 콘텐츠는 해외 OTT의 독점적 유통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원한 콘텐츠는 단순한 민간기업 상품이 아니라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자산에 가까운데, 세금으로 해외 OTT의 IP 포트폴리오만 키워주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투자 회수가 흥행 성과에 따라 크게 갈리는 고위험 구조인 반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 심화로 제작비는 지속 상승해 민간 자금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을 감안해 세제·재정 지원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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