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가수·노래 이제 안통한다…현지화로 승부하라

김대은 기자(dan@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6. 1. 1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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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T 분석으로 본 K팝 생존전략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K팝이 지속 성장을 위해 제작 시스템과 팬덤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성·창의성 강화와 장기 경쟁력 확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진 = 연합뉴스]
세계 시장에서 상업성과 영향력을 동시에 입증한 K팝 산업은 다음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단기적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K팝이 확보한 글로벌 흥행 공식을 장기 경쟁력으로 전환할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19일 매일경제가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K팝 산업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을 살펴보는 SWOT 분석을 진행한 결과 K팝은 트렌드 대응력과 세계적 인지도가 강점이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만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팝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작 시스템이 꼽힌다. 트레이닝·콘셉트·퍼포먼스·콘텐츠 운영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빠른 시간 안에 아이돌 그룹을 양산해낼 수 있고 데뷔 직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강력한 글로벌 팬덤 역시 중요한 자산이다. 팬들은 번역과 확산, 홍보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며 하나의 마케팅 조직처럼 움직인다. 이들은 음반과 굿즈 구매에 적극적인 것은 물론 월드 투어 현장에도 집결한다. 김주희 동덕여대 교수는 “해외 팬들이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방한하면서 관광 등 2차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뮤직]
반면 창의성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영 논리 속에서 타이틀곡과 투어 세트리스트는 안전한 공식에 기대기 쉽고 실험은 B사이드나 개인 프로젝트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가디언은 이러한 K팝의 변화 양상을 ‘안전한 선택의 반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형 기획사에 수익과 기회가 집중되면서 중소 기획사와 중간급 아티스트는 방송 출연이나 성장 경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소형사 소속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서고 싶어도 불러주는 곳이 없다”고 토로하는 배경이다. 일부는 활동 중단 이후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다양한 장르나 여러 유형의 아티스트가 활발하게 창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생태계가 있어야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멀티 레이블’ 전략을 다양성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메인 트랙과 새로운 문법을 실험하는 트랙을 분리 운영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단기 리스크가 아닌 미래 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을 중심으로 안정적 수익을 유지하는 동시에 쏘스뮤직, 플레디스, KOZ 등 하위 레이블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의 아이돌을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사진 = 넷플릭스]
다수의 연습생이 데뷔 이전에 탈락하고, 데뷔에 성공해도 7년 계약 종료 시점인 20대 중반을 전후로 팀 해체나 이탈을 겪는 사례가 반복되는 ‘빠른 데뷔, 빠른 소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아티스트를 단기 상품이 아닌 장기 자산으로 전환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솔로·유닛 활동을 넘어 프로듀서·배우·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의 전환까지 포함하는 체계가 자리 잡으면 개인의 활동 수명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산업 전반에는 경험과 노하우가 남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를 부른 이재 역시 연습생 출신으로 데뷔에 실패했으나 작곡가로 활동한 대표적 사례다.

K뷰티·K푸드 산업과 연계를 강화할 여지가 크다는 것은 기회 요인이다.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세계관과 미감을 함께 설계하는 장기적 협업은 음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서 가치를 구축하고 다른 국가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문화적 차별성을 만들어낸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K팝은 이제 음악 장르에 그치지 않고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며 “이제는 종주국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한국만의 지역성·특수성·독창성을 담은 새로움에 도전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도 또 다른 성장축이다. K팝 문법을 바탕으로 한 로컬 아이돌 산업이 각국에서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기획사도 해외 지사를 통해 현지 연습생을 발굴하고 그룹을 데뷔시키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캣츠아이(미국), 산토스 브라보스(남미), 디어앨리스(영국) 등이 대표적이다.

콘텐츠 유통과 수익 구조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 기획사가 ‘버블’ ‘위버스’ ‘베리즈’ 등 아티스트와의 소통 플랫폼을 통해 팬 관계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유튜브,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정책 변화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구조에서 벗어날 대안을 확장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K팝은 해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며 “일본, 중국 등 경쟁 국가의 추격을 따돌릴 중장기 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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