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보완수사권 폐지' 가닥 잡았나…입장 점차 뚜렷
수뇌부 속속 구체적 의견 밝혀…강한 공감대
윤호중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이 원칙 맞아"
취임 이래 처음 표명 …4개월 전엔 모호한 답변
김민석도 보완수사 존치 검토서 "폐지가 원칙"
이재명 대통령은 '구더기론'에서 당에 힘 실어
정청래 입장 명확…한병도 "검사 직접 수사 안 돼"
'걸림돌' 정성호 "정부 법안 부족" 한 발 물러나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중대범죄수사청 및 공소청 입법예고안을 두고 여론의 역풍이 거센 가운데 검찰 개혁의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에 대해 정부·여당이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기류다. 명시적인 합의 수준은 아닐지라도 당정 수뇌부 사이에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19일 공개된 발언에 따르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소청에) 보완수사권보다는 보완수사요구권을 두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의 기본 원칙에 맞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6개월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와 관련해 "(추후) 논의가 돼야 할 내용"이라고 전제하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청 폐지 이후 행안부 외청으로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해 지휘·감독 권한을 갖는 윤 장관은 "오히려 보완수사권을 남겨두게 되면 (검사가) 거기(공소청)에서도 수사할 수 있는데 뭐 하러 중수청에 오겠느냐"며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는 게 맞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보완수사권 유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 12일 중수청 조직을 검사들이 주로 맡게 될 수사사법관과 일반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해 꾸린다는 '검찰 개악'적 입법예고안을 내놓는 한편, 공소청의 경우 가장 '뜨거운 감자'로 거론돼온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서는 정작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추후 논의하기로만 했다고 발표해 시민사회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지탄이 쏟아졌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검찰 개혁 및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당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이루어지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할 것"을 지시해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여론 수습에 나섰다. 종전에 이 대통령은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의 표현으로 보완수사권 폐지를 위시한 여당의 검찰 개혁안에 대해 신중론을 고수했었다.
특히 김민석 국무총리는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 개혁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개혁 과제이고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며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그동안 일관되게 폐지가 원칙임을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총리 역시 윤호중 장관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9월까지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보완수사권 존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여당 지도부의 기조는 비교적 선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14일 충남 당진시 백석올미마을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이 아닌 보완수사요구권을 준다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맞는 얘기"라며 "보완수사요구권은 보완수사권이 아니다.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진 상태에서 '이런 보완수사를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의원 32명으로 구성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준비하는 의원 모임'의 일원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은 완전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특히 보완수사권을 비롯해 그 어떤 형태로도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남겨둬서는 안 된다"면서 "이것은 양보나 타협할 수 없는 검찰 개혁의 대전제이자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더없이 확고한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보완수사요구권은 형사소송법 제197조에 근거한 '보충수사' 개념으로,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 유지에 필요한 경우, 그리고 경찰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에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사 주체가 경찰이라는 점에서 검사가 직접 강제 수사에 나설 수 있는 보완수사권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검찰은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것만으로도 경찰을 얼마든지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보완수사요구권이면 충분하다는 게 보완수사권 폐지를 촉구하는 측의 논리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국회 본청에서 정부의 중수청·공소청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좌장으로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겸 검찰개혁추진단장이 정부안을 설명하고 의원들과 전문가 등이 공소청과 중수청의 역할, 권한, 조직 구성 등을 놓고 기조발언및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들도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 생중계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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