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이는 완성형에서 더 진화” “현민 타구, 무서울 정도로 강해”

심진용 기자 2026. 1. 1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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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전지훈련장에서 뭉친 안현민과 김도영
“이제 증명할 시간” 한국 야구의 새 ‘중심’으로 기대받는 2003년생 동기 김도영(왼쪽)과 안현민이 지난 16일 사이판 올레아이 구장에서 진행 중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사이판 | 심진용 기자

5년 전 고교야구 결승 격돌, 안현민 우승·김도영 천재 타자 각인
프로선 1년 사이 차례로 폭발, 대표팀서도 ‘우타’ 믿음직한 기둥
“우리가 국제대회 주축 돼야…‘황금세대’ 걸맞은 책임 수행할 것”

2024년의 최고 김도영(23)과 2025년의 최고 안현민(23)이 만났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타선 핵심이 될 거라는 기대와 함께 2003년생 동갑내기 우타자 둘은 사이판에서 함께 땀 흘리고 있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 둘이 같은 팀에서 뛰는 건 처음이다.

지난 16일 김도영과 안현민이 훈련장 한편에 나란히 앉았다. 지난 인연이 그리 깊지는 않지만, 둘은 대표팀에서 만나자마자 부쩍 친해졌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부터 함께 움직였다. 사이판에서도 같은 훈련조로 배치됐다. 서로의 타구를 보며 감탄하고, 그날의 컨디션을 묻고는 한다.

■ 고교 정상에서 격돌했던 둘의 인연

5년 전 두 사람은 고교야구 정상에서 만났다. 2021년 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김도영의 동성고와 안현민의 마산고가 격돌했다. 승자는 안현민이었다. ‘포수’ 안현민이 결승전 도루만 3개를 기록하며 마산고의 9-3 승리를 이끌었다. 안현민은 당시 대회에서 7도루로 도루상까지 수상했다. 6도루의 김도영을 제쳤다. 2021년 협회장기 우승은 지금까지도 마산고의 유일한 전국대회 우승으로 남아 있다.

안현민은 “(김)도영이는 그냥 천재였다. 그때도 이미 타격이 거의 완성형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정밀해진 것 같다”고 했다. 곁에 앉은 김도영이 고교 3년 동안 결국 우승은 하지 못하고 준우승만 2번 했다며 가볍게 한숨 쉬자 안현민이 한마디를 보탰다. “그래도 프로에서 우승한 도영이가 승자죠.”

인연은 프로에서 다시 극적으로 이어졌다. 2024년 6월20일, 조용히 군 복무를 마친 안현민이 KT로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선발 출장했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김도영의 KIA였다. 첫 타석에서 안현민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 후 폭투와 뜬공으로 3루까지 진루했다. 3루수 김도영이 친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 2024년의 김도영과 2025년의 안현민

김도영과 안현민은 1년의 시차를 두고 차례로 폭발했다. 2024년 김도영이 38홈런, 40도루로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하며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2025년에는 안현민이 불과 112경기만 나가고도 22홈런에 80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석권했다.

안현민은 2024년의 김도영을 돌아보며 “사실 언젠가는 당연히 나와야 할 퍼포먼스였다. ‘도영이가 이제 제대로 터지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김도영은 지난해 안현민을 두고 “그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처음에는 ‘반짝 활약’이 아닐까 의심도 했다고 했다. 김도영은 “실제로 붙어보니 전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 덩치가 워낙 크니까 현민이가 타석에 서면 꽉 차 보인다. 3루 강습 타구를 한번 받았는데 무서울 정도로 타구가 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현민이의 활약이 저한테도 강한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차례로 폭발한 두 친구는 이제 대표팀 중심 타자로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좌타에 비해 힘 있는 우타자가 부족하다는 류지현 대표팀 감독의 고민을 한 방에 날린 것도 둘이다. 국제대회 경쟁력도 이미 입증했다. 안현민이 지난해 11월 일본과의 2차례 평가전에서 홈런 2방을 때렸다. 김도영은 2024년 프리미어12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며 3홈런을 쏘아 올렸다.

둘 다 주위 기대에 들뜨기보다 ‘내려놓기’를 택했다. 안현민은 “지금은 어차피 제로베이스다. 대회 준비하고 연습경기 치르면서 대회 자신감까지 끌어올리고 싶다”고 했다.

김도영은 지난해 햄스트링만 3차례 다쳤다. WBC가 복귀 무대다. 새로운 증명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도영은 “오랜만의 실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잃을 게 없다는 생각도 한다. 많이 쉬었기 때문에 남들은 WBC에서 많은 걸 보여줘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고 했다. 무조건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가야 야구도 잘된다는 걸 김도영은 프로에서 체득했다.

■ “우리가 한국 야구 새 황금세대”

김도영, 안현민을 비롯한 2003년생 선수들을 두고 ‘새 황금세대’가 등장했다는 말이 나온다. 전설의 ‘92학번 세대’와 ‘82년생 세대’를 이어 ‘03년생 세대’가 당면한 WBC는 물론이고 앞으로 한국 야구를 이끌고 갈 것이라는 기대 섞인 표현이다. 김도영과 안현민은 새 황금세대라는 화려한 수식어에 짓눌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안현민은 “저희가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배님들도 그걸 바라실 것 같다. 황금세대라는 말을 듣고 있는 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면서 야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도영 역시 각오가 단단하다. 김도영은 “저희 또래 중에 이미 증명을 한 선수도 많고, 새로 증명하기 위해 때를 기다리는 친구도 많다. 그 선수들까지 올라오면 다들 기대하시는 그런 세대가 될 것 같다. 각자 소속팀에서도 상위권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런 저희가 더 책임감을 느끼고 야구를 한다면 한국 야구에도 더 큰 시너지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이판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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