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당신, 사람냄새 좀 풍기시라

지방선거는 공식 일정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이미 그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최근 Chat 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거 메시지와 공약 초안을 만드는 실험 기사를 쓰면서 선거판의 공기를 다른 이들보다 조금 일찍 마신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취재 과정에서 AI에 지역 현안을 입력하자 교통, 복지, 청년, 경제정책이 빠짐없이 정리됐다. 문장은 매끄럽고 구조도 단정했다. 틀린 말은 없었다. 그러나 낯설지 않았다. 지역이 달라지고 설정이 바뀌어도 결과물의 결은 비슷했다.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문장들을 통계로 보는 듯했다.
기술의 효율은 분명하다. 특히 기초 단위 선거처럼 인력과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구조에서는 더욱 그렇다. 홍보 문안, 카드뉴스 문구, 정책 요약까지 AI는 빠르고 손쉽게 결과를 만들어낸다. 선거 준비 과정에서 이런 도구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자연스럽다.
그러나 실험을 이어가며 한 가지가 계속 걸렸다. 문장은 분명한데 말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정책의 방향은 제시돼 있지만 정책 선택 이유에 대한 맥락은 없었고 지역에서 쌓여온 갈등이나 개인의 판단 과정, 고민의 흔적은 더욱 찾을 수 없었다.
AI로 인한 선거철 메시지 양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온라인 카드뉴스와 영상, 문구들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속에서 유권자가 무엇으로 후보를 구분할 수 있느냐다. 양이 늘어날수록 차별성은 오히려 흐려질 수 있으며 후보 다수가 ‘AI 평균값’에 점차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날 터다.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는 이들의 언어가 비슷하게 들릴 때 유권자가 찾게 되는 것은 정제된 문장보다 그 뒤에 남아있는 사람의 흔적이다. AI가 형식은 도와줄 수 있어도 주민을 위한 판단의 이유까지는 만들어주지 못한다. 기술이 정교해져도 흉내내기 어려운 그 것, 데이터 더미를 뚫는 ‘사람냄새’가 선거에 계속 남아있길 소망한다.
/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jk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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