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행정통합 공청회 가보니] "뭐가 달라지는 지 잘 모르겠다"…삶의 질 변화 의문 많아
전남선 낙후지역·농어촌 소외 우려 제기
기초자치 약화·청사 이전 등 쟁점 부상
정치 일정 아닌 주민 입장 여론 수렴도


"행정통합을 추진한다는데, 시민 입장에선 뭐가 달라지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19일 오후 4시 30분 광주 동구청 6층 대회의실. 공청회 시작을 알리는 개회 선언과 함께 행정통합을 알리는 구호가 객석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광주에서 처음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동구 권역 시민공청회'는 행정 내부 논의에 머물러 있던 통합 논의가 시민 앞에 공개되는 첫 자리였다.
공청회에 참석한 300명의 주민들은 통합이 지역 성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통합 과정에서 기초자치의 권한이 약화되고 원도심과 생활 현장의 목소리가 행정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내놓았다.
질의응답에서는 찬반을 넘은 현실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박경이 충장동 주민자치회장은 "최근 들어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 어떤 정책적·경제적 배경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 추진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며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재정 구조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용민 송원대 교수는 "통합 특별법을 보면 재정 지원이 대부분 교부금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며 "지속 가능한 자치 재정을 위해서는 국세의 지방세 이양, 기초자치단체 몫의 법적 보장 등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특별시로 권한이 집중될수록 자치구 재정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며 보통교부세 증가분 일부를 기초자치단체에 의무 배분하는 조항을 특별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재호 남광주해뜨는시장 상인회장은 통합 이후 청사 문제를 거론하며 "주 집무실을 두고 논쟁을 남겨둘 게 아니라, 옛 전남도청·전일빌딩245·ACC 일대를 묶어 행정·문화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청회장 밖에서는 교육단체가 특별법 내 교육 특례 조항을 문제 삼으며 반발했다. 이들은 "교육부 권한을 교육감에게 일괄 이양하는 방식은 교육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영암군 청소년센터에서 열린 전남 지역 첫 공청회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주민들은 지역 발전 기대와 함께 광주 중심 통합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제기했다.
농촌과 낙후지역이 행정 통합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공공기관의 영암 배치와 RE100 산업단지 유치, 낙후지역 발전기금의 법제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통합 추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과 주민투표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양심(영암)씨는 "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광주 중심의 행정통합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며 농촌 소외 가능성을 우려했고, 정태종(순천)씨는 "순천시와 통합된 승주는 제1의 소멸지역이 됐다. 통합이 되더라도 소규모 지역이 손해 보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산 배정을 특별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행정통합이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변화와 직결될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덕진면의 한 마을이장 신민준 씨는 "광주·전남이 통합하면 영암에도 좋은 것은 알겠지만, 우리 마을은 뭐가 좋아지는 건지 다른 이장님들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마을 단위에서 중요한 문제는 도시 사람들을 마을로 유입시키기 위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며,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예산이다. 낙후지역 균형 발전기금 운영을 명확히 해주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행정통합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속도전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영권 농어촌파괴형풍력·태양광반대전남대책회의 대표는 "행정통합의 목적과 취지는 좋으나 1월에 시작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늦더라도 정치 일정이 아닌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여론을 수렴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지역 공청회에서 쏟아진 질문과 우려, 기대는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안고 있는 과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통합의 당위성을 넘어, 변화가 실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