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기사 골수 빼먹는 그들의 ‘짬짜미’

반가운 연락이었다. 6년 전인 2020년, 한겨레는 ‘노동자의 밥상’ 기획을 통해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일꾼들의 밥과 노동, 삶을 기록했다. 그때 첫 기록의 대상이 됐던 노동자가 쿠팡에서 심야배송을 하는 조찬호(50)씨다. 그가 2025년 말 한겨레21이 연재한 ‘쿠팡 지옥도 체험기’를 보고 기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찬호씨는 한겨레21 기사를 잘 봤다면서, 대리점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찬호씨는 여전히 배송일을 한다고 했다. 다만 6년 사이 소속이 쿠팡 정규직에서 대리점 소속 퀵플렉서로 바뀌었다. 6년 전 쿠팡은 배송 업무를 외주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배송 물량 90% 이상을 대리점 등에 위탁한다. 찬호씨가 이 구조에서 파생된 문제점들을 쏟아냈다. 반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보면 다른 택배사들도 대리점을 두고 배송 업무를 위탁한다. 쿠팡이 다른 택배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다른 곳은 영업소라고 하는데, 쿠팡은 영업점이라고 표현한다. 보통 다른 택배사와 계약하는 대리점은 지역 기반으로 움직인다. 경기 김포 영업소라고 하면 그 대리점은 김포에서만 활동한다. 그런데 쿠팡은 한 대리점이 김포든 제주든 여러 라우트(배송구역) 계약을 딸 수 있다. 쿠팡은 처음에 (대리점에서) 3명만 모아오면 라우트를 내줬다. 2018년 택배차량 증차제한이 풀리는 것과 맞물리면서 쿠팡이 대리점을 통해 퀵플렉서를 확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퀵플렉서들은 매년 물가가 오르는데 배송 단가(수수료)는 줄어든다고 지적한다. 쿠팡이 문제인가.
“씨제이(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같은 곳엔 급지별 단가표가 있다. 기사들은 자신이 배송하는 구역의 단가를 알고 일한다. 그런데 쿠팡이나 쿠팡과 계약한 대리점에선 단가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쿠팡이 단가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쿠팡과 대리점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다. 쿠팡의 공식 입장은 단가는 영업비밀이고 경영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굳이 단가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하지 않는다는 건 쿠팡과 짬짜미하는 대리점이 있기 때문이다. 쿠팡과 협상할 때 단가도 스스로 깎고, 프레시백(신선식품 배송에 쓰는 다회용 가방)도 돈을 받지 않고 회수할 테니 라우트를 많이 달라는 식으로 영업하는 대리점이 있다.”
—그 피해는 개별 택배기사들이 볼 것 같다. 대리점에서 중간착취하는 경우가 많나.
“예를 들어 수수료 8%를 뗀다고 하는 대리점이 있다. 그런데 쿠팡과는 건당 1천원에 계약하고 기사한테는 900원이라고 알린다. 그럼 기사는 건당 900원의 92%인 828원을 받는다. 원래는 대리점이 80원을 먹어야 하는데 172원을 먹는 거다. 이런 일이 쿠팡이랑 특정 대리점이랑 다 짬짜미해서 하는 거라고 본다.”
—대리점 안에서도 다시 중간착취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
“수수료를 20% 떼는 곳이 있다. 일명 ‘통단가' 방식으로 하는 건데, 지역이나 배송 난이도에 상관없이 아파트든 지번(배송지가 빌라나 일반주택 등)이든 단가를 통일한다. 거기서 남는 걸 팀장급에게 다시 떼어준다. 새벽배송 금지 반대를 외치는 기사들을 잘 보면 그런 대리점의 팀장급인 경우가 많다. 그들 입장에선 새벽배송이 절대 없어지면 안 된다. 하루에 150~200개만 배송해도(퀵플렉서는 하루 평균 배송량이 380여 개) 남들 버는 만큼 버는 거다. 그들도 ‘일도 편한데 왜 밖에서 금지를 논하냐'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은.
“언론이 눈을 가린 것이 지금 쿠팡 사태를 키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언론이라면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이번 한겨레21 쿠팡 체험 기사엔 감명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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